“비자 사각지대 해소”…한미, 단기 파견자 비자신설 논의 본격화
비자제도를 둘러싼 한미 간 제도적 충돌이 새 국면을 맞았다.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규모 구금 사태 이후 양국 정부가 비자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미국 이민당국의 조치가 자진 출국으로 일단락되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정치권과 경제계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외교부는 11일 “한미 양국이 단기 파견자 등 비자 문제 개선을 위한 공식 워킹그룹을 출범시키고 신속한 협의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0일(현지시간)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한국 전문인력의 미국 입국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비자 형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조 장관은 “국무부와 외교부 간 워킹그룹을 만들어 새 비자 형태를 만드는 데 신속히 협의해 나간다는 점까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미 양국은 단기 상용 B-1 비자 적용범위의 명확화, 한국인 전문인력 단기 파견용 비자 신설, 미국 전문직 비자인 H-1B에서 한국인 쿼터 확대 등을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외교부와 주한미국대사관 간 실무협의도 이미 이뤄진 상태다. 이번 논의를 계기로 “대미투자 확대 흐름에 맞는 비자 체계 마련”에 양국이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정부 측 평가도 나온다.
정치권과 경제계에서는 그간 지연돼온 비자 관련 법안 처리 필요성도 거론한다. 정부는 2012년부터 한국인 대상 별도 전문직 비자(E-4) 쿼터 신설을 위한 ‘한국 동반자법’ 입법을 미 의회에 요구해왔으나, 미국 내 반이민 정서 등으로 무산이 반복됐다. 관련 법안은 올 7월 재발의된 상태로, 현지 취업이 가능한 H-1B 쿼터 외에 숙련공 등으로 적용범위 확대도 검토 중이다.
단기적으로는 B-1 비자의 유연한 적용을 위한 미국 정부의 명확한 지침이 당면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번 구금 사태는 B-1 비자나 무비자 ESTA 소지자들이 체류 목적을 벗어난 근로활동을 했다는 이민당국의 문제제기에서 비롯됐다. B-1 비자는 한정된 업무만 가능하도록 규정되나, 현장 해석 및 당국 입장 차이로 인해 기업들의 혼선이 이어져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B-1 비자를 소지한 기술자의 공장 구축 활동 보장”을 최우선 해결과제로 삼고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 나선다.
이와 관련해 앤디 베이커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도 “트럼프 행정부 아래서 확대된 대미투자가 비자 제도와 맞물리지 않고 있다”며 개선 필요성을 공식 언급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역시 “국토안보부와 상무부가 공동으로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워킹그룹에는 국토안보부 참여 가능성도 제기됐다.
경제계는 협력·하청업체를 위한 B-1, 주재원(L1·E-2) 비자 발급 요건이 과도하게 까다롭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구조적 불합리 역시 주요 개선 과제로 언급했다.
한미 워킹그룹이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며, 비자 신설 및 기존 제도 유연화의 법적·제도적 진전 여부가 양국 실무협의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는 “신속한 협의와 실효적 결과 도출”을 강조하고 있으며, 향후 관련 법안 논의와 현장 가이드라인 명확화 등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