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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카그 섬 위기…이스라엘 공습 파장, 글로벌 원유시장 재편 가속→호르무즈 해협 운명은”
국제

“이란 카그 섬 위기…이스라엘 공습 파장, 글로벌 원유시장 재편 가속→호르무즈 해협 운명은”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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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시간 속에서 문명과 갈등이 교차하는 중동의 새벽, 검은 황금이라 불리는 원유가 흐르는 길목에 또다시 전운이 짙게 깔리고 있다. 이란의 심장이라 할 카그 섬 일대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불타오르며, 붉은 화염은 페르시아만의 물결 위로 길게 드리운다. 석유와 가스, 그 거대한 에너지 인프라가 뒤흔들리는 순간, 시장은 숨죽인 긴장 속에서 새로운 국면을 예고한다.

 

최근 이란 석유부는 수도 테헤란 인근과 최대 원유 정제시설, 나아가 세계 최대급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인근까지 이스라엘의 드론 공격이 이어졌던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연기와 불길은 카그 섬만이 아니라 정제소 두 곳까지 번졌다. 이란 국영 언론도 주요 시설들이 추가로 타격받았음을 확인하며, 내부 피해가 확산 중임을 알렸다. ‘에너지 애스펙츠’의 리처드 브론즈는 "만약 이스라엘 민간인이 공격받으면 이란도 에너지 인프라를 표적 삼겠다는 의지를 다시 드러낼 것"이라며 쇄도하는 파국의 서막을 짚었다.

이란 원유 인프라 피격…에너지 수출 핵심시설 ‘카그 섬’ 주목
이란 원유 인프라 피격…에너지 수출 핵심시설 ‘카그 섬’ 주목

이란의 카그 섬, 그곳은 페르시아만 북부에 자리 잡고 수출되는 국가 원유의 거의 모든 흐름을 거머쥔다. 만약 이 섬까지 전선이 확장된다면, 단순한 국지전의 틀을 넘어 원유와 LNG의 전 세계적 흐름이 일시에 차단될 위험마저 배제할 수 없다. 대체 터미널 자스크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나, 현실은 용량 부족과 실제 대체효과의 미미함이 뚜렷하다. 케이플러 집계에 따르면 단 하나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지난해 세계 LNG 물동량 21%, 그리고 하루 1,400만 배럴 규모의 원유가 오갔다. 이곳을 잃는 순간, 세계 에너지 지도는 돌이킬 수 없이 변하게 된다.

 

이란 원유 산업은 최근 들어 거센 성장세를 보였다. 국제에너지기구와 케이플러는 ‘20년 대비 두 배를 훌쩍 넘는 하루 340만 배럴 생산, 그리고 세 배에 달하는 수출 증가의 수치를 제시한다. FGE 컨설팅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의 에너지 수출 수익은 780억달러로 불과 4년 만에 네 배가 됐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 그물 아래, 이란 수출의 대부분은 중국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중국의 소규모 정제소들은 국제가 대비 최대 7달러 저렴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한다. 만약 갈등 확대로 중국과의 거래에 균열이 발생한다면, 중국은 새 공급처를 찾아야 하고, 세계 시장은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최근 강화된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5월엔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이 크게 줄며 변화의 전조가 감지된다.

 

인프라 노후화 역시 이란의 가장 아픈 고리다. 대규모 피해가 현실이 될 경우, 부품과 기술 지원 모두 국제적 시선과 제재의 벽에 가로막혀 장기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이란뿐 아니라, 이스라엘 역시 자국 에너지 라인을 두고 둔중한 불안을 마주한다. 사태 직후 이스라엘 정부는 3개 해상 가스 플랫폼 중 2곳 가동 중단을 명령했고, ‘셰브런’이 손대는 레비아단 가스전도 긴 침묵에 빠져든 상태다. 아슈켈론 항의 석유 수입 라인 역시 높은 위험에 노출됐다.

 

이제 시장은 머지않은 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통제권 다툼과 에너지 인프라 추가 손상, 그리고 중국의 유동적 원유 수입 전략이란 세 갈래의 변수가 국제 증시와 원자재 시장에 파괴적 파동을 던질지 몰입해 지켜보고 있다. 중동의 시계가 재티핑을 시작한 지금, 이미 새로운 에너지 질서의 문은 조용히 열리고 있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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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스라엘#카그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