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무력 충돌 격화”…국제유가·금값 연일 급등→호르무즈 해협 운명에 긴장감 고조
중동의 밤하늘에 울려 퍼진 전쟁의 포화와 불길이, 세계 시장에 불안과 혼돈을 던져주고 있다. 6월의 새벽 공기 속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잇따른 무력 충돌은 국제 유가와 금값의 흐름에 거센 파도를 일으켰다. 지정학적 갈등의 여운이 금융시장의 맥박을 흔든 16일, 투자자들은 뉴욕과 런던, 도쿄의 거래소마다 가슴을 졸이며 시시각각 변하는 숫자를 응시했다.
이스라엘은 13일, 다수의 전투기를 동원해 이란의 핵시설과 군 수뇌부를 타격했다. 이에 맞선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한 즉각 보복으로 일촉즉발의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테헤란 인근의 샤흐런 정유단지와 남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 14광구의 생산 시설이 잇따라 화염에 휩싸였고, 미국·유럽 언론은 이 지역이 세계 원유 생산량의 3분의 1을 책임지는 ‘지정학적 심장’임을 상기시켰다.
16일 오전 9시 10분,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전일 대비 1.52% 상승해 배럴당 74.09달러에 도달했다. 브렌트유 선물도 똑같이 1.52% 상승해 배럴당 75.36달러까지 올랐다. 장 초반 6%대 급등으로 시작된 불안은 점차 완만한 상승세로 전환되었으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나흘 전이었던 13일, WTI는 장중 14%를 넘는 급등으로 2022년 3월 이후 최대 변동성을 기록했다.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중동 전역 확산 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100달러 돌파 가능성을 당겨 예단했다. 국제 원유 공급망의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에는 유조선 피격 위험이 덧씌워졌다.

세계가 불안에 휩싸이며 안전 자산에 기대는 손길이 늘었다. 금 현물 가격은 오전 9시 20분, 온스당 3,446.94달러(0.43% 상승)까지 치솟아, 두 달 전 3,500.1달러의 역대 최고가를 스치는 숨결에 닿았다.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 누적된 재정적자, 세계 경제의 둔화 우려 등 복합적 요소가 금값을 올해 31%가량 끌어올렸다.
미국 증시 선물은 장 초반 흔들리다 소폭 강보합으로 돌아섰다. S&P500이 0.18%, 나스닥100이 0.27%, 다우존스30이 0.08% 오르며 위태로운 균형을 택했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일본 닛케이225가 0.88%의 오름세를 보였으나, 국내 코스피는 소폭 약세로 몸을 움츠렸다.
세계 경제는 지금 하나의 질문 앞에 선 듯하다. ‘중동의 불길이 전 지구적 경제 흐름을 어디까지 뒤흔들 것인가.’ 호르무즈 해협의 항로가 닫힐지, 지정학적 위험이 더 커질지 가늠할 수 없는 시대에, 원유와 금 가격의 변동성은 세계인의 일상에 뜨거운 영향을 던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중동 내 갈등의 완화 여부와 국제 공급망 안정화, 그리고 자본 시장의 민감한 반응이 주요 관전 포인트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