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보수 맞나”…국민의힘, 내부 고발전·토론회로 계파 갈등 격화
국민의힘 내부 계파 갈등이 당 혁신국면에서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구주류인 친윤석열계와 친한동훈계가 지도부 토론회와 명예훼손 고발 방침을 두고 공개 충돌하며 정면 대치를 이어갔다.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7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혁 전 최고위원이 '전 지도부가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지원하기 위해 당비 160억원을 지출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고발 방침을 밝혔다. 권 전 위원장은 "제가 원래 고발을 잘 안 한다. 특히 같은 당 동료를 고발하는 일이 참 불편하다"며 "그러나 저와 우리 당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발해야겠네요"라고 적었다.

앞서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여의도에선 요즘 국민의힘의 '날린 돈'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다. 당 지도부가 한덕수 이름이 적힌 선거 운동복을 미리 주문하고, 선거 차량까지 계약했다가 후보가 되지 못하는 바람에 160억을 날렸다고 구체적인 액수까지 나온다"고 자신의 SNS에 썼다. 권 전 위원장은 이에 대해 "김 전 최고위원같이 정치를 잘 아는 분은 이런 소문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를 언급하는 것은 법망을 피해 저와 당시 지도부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비열한 행태"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계파 간 갈등은 고발전에 국한되지 않았다. 구주류를 대표하는 장동혁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의 새로운 길은 있는가? 新우파의 길' 토론회를 국회에서 개최했다. 이 행사엔 전한길 한국사 강사가 토론자로 참여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입장을 뚜렷이 했다. 또한 윤상현 의원은 전날 '자유공화 리셋코리아' 토론회를 열고,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정점식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도 전한길 강사가 참여했고 부정선거 음모론 등 탄핵 반대 세력 주장이 거론됐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지도부의 토론회 참석에 대해 "의원들이 주최한 세미나나 토론회에는 지도부가 가는 게 원칙"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구주류가 인적 쇄신 요구에 맞서 세력을 결집하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동훈 전 대표는 논란이 된 토론회에 국민의힘 지도부가 참석한 점을 공식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어게인’, ‘부정선거 음모론’이 합리적·상식적 보수를 지향하는 국민의힘 정신에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SNS에서 지적했다. 내부 혁신과 노선정립을 둘러싼 갈등이 정파 대립, 여론 분열로 번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인적 쇄신과 혁신을 둘러싼 계파 간 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지도부의 혁신 과제와 당내 공천룰 논의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