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국가 지원 공감대”…서울대, 국민 인식조사 결과 주목
필수의료 분야 지원에 국민적 공감대가 뚜렷하게 형성되고 있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 건강 관련 인식 조사’ 결과, 필수의료의 국가 책임 강화와 공공정책의 사회적 합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이는 의료인력 수급과 필수의료 지원 문제를 둘러싼 기존 갈등을 넘어, 정책 결정에 국민 참여와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시사점으로 해석된다. 업계는 이러한 변화가 의료개혁 추진의 새로운 분기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조사 내용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5.9%가 필수의료 인력과 시설, 장비 지원·관리를 중앙정부가 직접 담당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전공의의 수련 비용 전액을 국가가 병원에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76.5%가 찬성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아울러 2027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추계에 따라 결정하는 방안엔 68.6%가, 내년도 의대 정원 동결엔 57.9%가 각각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주목할 점은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는 응답이 크게 늘었다는 대목이다. ‘의료개혁 갈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94.3%에 달하고, 의료정책 결정시에 반드시 ‘의대 정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37.3%)와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 보장’(36.0%)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두드러졌다. 단순 인력수 숫자 조정보다 합리적 절차와 공감대 구축을 우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는 추세다.
기피 분야인 필수의료의 근본 지원책과 의료 인력 양성체계 개혁에 대한 요구가 제기된 점도 특징이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은 “시민의 공감과 참여 없는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응답자의 89.1%가 의료서비스 남용 방지와 환자 스스로의 책임·참여를 주문한 반면, 건강보험료 인상(39.1%), 병원 예약 위약금 부담(74.7%) 등 직접적 경제 부담에는 거부감이 강했다. 이는 공공재 성격이 짙은 필수의료 문제 해결에는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인센티브가 병행돼야 함을 시사한다.
정부의 과잉진료 억제 대책에 관해, 지난해 도입된 외래진료 횟수 초과 본인부담률 강화(연 365회 초과 90% 부담)는 선별적 적용 대상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수용성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필수의료와 보장성 강화 패러다임 안에서 과잉 이용 대책, 정책적 신뢰, 비용부담 구조에 대한 조정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윤영호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은 “정책 결정의 신뢰 회복을 위해 국민, 의사, 정부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수적”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또한 공공의료 지원·국민 참여형 인센티브 강화와 함께 건강 증진 목적의 ‘설탕세’ 신설 등 지속가능 재원 확보 방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는 의료정책의 관점이 전문가 중심에서 시민 공감 및 참여 기반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며 “향후 필수의료 정책 구조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촉매로 기능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산업계와 정책 당국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필수의료 지원 모델이 실제 제도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