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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희, 감춰진 모정의 흔적”…고미 요지, 김정은의 뿌리 추적→북한 내부 금기 조명
사회

“고용희, 감춰진 모정의 흔적”…고미 요지, 김정은의 뿌리 추적→북한 내부 금기 조명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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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얼굴도 닮지 않은 권력자의 표정, 그 뒤에 숨겨진 모정의 흔적은 어디로 향했을까. 일본에서 태어나 북한 최고 권력자의 생모가 된 고용희. 그녀의 삶과 죽음, 그리고 이름마저도 철저히 감춰져 온 북의 서사가 일본 논픽션 저널리스트 고미 요지의 시선을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책 『고용희 – 김정은의 어머니가 된 재일 코리안』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대 약점’으로 불린 모친 고용희의 존재, 그리고 그의 인생 흔적을 추적한다. 1952년 일본 오사카 코리아타운에서 성장한 고용희의 인생은 가족사와 밀무역, 단절과 이주의 교차로를 넘나든다. 일본인이 아닌, 북한 권력의 중심에 서서도 재일 교포 출신이란 정체성은 체제 내 다루기 힘든 금기가 됐다. 김정일과의 사이에서 세 자녀를 둔 고용희는 북한 내에서 공개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인물로 남았다.

출처=문예춘추 웹사이트
출처=문예춘추 웹사이트

고미 요지는 고용희의 부친 고경택이 일본 내 다양한 가족사를 가진 인물임을 언급하며, 복잡한 혈통과 관계가 김정은의 모정 서사에서 불편한 진실로 작용해 왔음을 짚는다. 말년 프랑스에서 유방암 치료를 받았지만 권위주의 체제의 한계 속에서 적기에 수술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됐다. 검은 머리채와 굳게 다문 입술, 그리고 아들과 닮은 눈매는 침묵 속에 많은 의미를 남긴다.

 

고미 요지의 서술에 따르면, 고용희가 일본을 향한 애틋한 감정을 지녔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 치료 후 일본을 다시 찾았던 일화는 김정은에게 있어 일본이 ‘천년의 적국’이기보다 ‘모친의 고향이자 혈족의 땅’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북한에서 고용희란 이름은 여전히 부를 수 없는 금기다. 그 이유로, 권력의 안전장치로서 계보가 ‘순수’해야 한다는 북한 특유의 긴장 구조가 언급된다. 그러나 시간은 모든 비밀을 녹여낸다. 고용희를 향한 이 새로운 시선은, 김정은의 뿌리와 북한 체제가 꾸준히 억압해온 주변부의 진실이 어디까지 드러날 수 있을지, 사회적 논의의 한복판에 비밀스럽게 흔적을 남긴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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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희#김정은#고미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