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콘텐츠 대가 재편”…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신규 기준 도입→유료방송 생태계 전환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이달 28일, 콘텐츠 사용료 공정 배분을 위한 산정기준안을 마련해 내달 초부터 전국 케이블TV방송국(SO)에 적용할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본 기준안은 케이블TV 업계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간 오랜 논의의 산물로, 유료방송과 콘텐츠 산업의 구조적 변곡점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새 기준안의 핵심은 SO가 지급하는 콘텐츠 대가 지급률을 유료방송 산업의 평균 수준으로 맞추는 한편, 기존 지급률 하락분은 3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지급률 산정은 플랫폼 전체 평균 27.48%, 대형 SO의 경우 39.15%, 개별 SO는 30.46%로 구체화되며, 기본채널대가와 재송신료를 기본채널수신료매출 및 홈쇼핑수수료매출로 나눈 결과에 해당한다. 적용 방식 또한 지상파와 종편, 뉴스 등 실시간 채널 전체에 일괄 적용하되, 채널군을 종합채널, 중소콘텐츠, 보도채널, 일반콘텐츠 4가지로 분류함으로써 규모와 특성이 유사한 채널 간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도모한다는 취지를 담았다.

유료방송 시장은 온라인동영상콘텐츠(OTT)의 부상 이후 급속한 지형 변화를 맞고 있다. 케이블TV 업계가 ‘기준안’ 도입을 서두른 배경에는 콘텐츠 사용료가 방송사업매출액의 89%에 달하게 된 심각한 부담이 자리한다. 반면, 지상파 및 PP콘텐츠가 OTT 플랫폼에 제공된 지난 5년 사이 OTT 이용률은 2배 이상 증가했다. 닐슨 코리안클릭 등 주요 기관 통계에 따르면, OTT 이용자의 41%는 OTT 이용 후 유료방송 시청 시간이 감소했다고 답한다. 이에 따라 SO들의 독점적 콘텐츠 공급력은 해체되고, 시장 내 콘텐츠의 거래 가치는 하락하며, 유료방송 내 구조적 역할은 곤란을 겪는 실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유료방송 콘텐츠 가치가 감소하는 동안에도 프로그램 제공 매출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는 대목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지상파 및 PP사의 프로그램 판매 매출은 2019년 9812억원에서 2023년 1조2623억원으로 28.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들이 유료방송에서 받은 재송신료 등 프로그램 제공 매출 역시 27.5% 늘었다. 이 격차는 업계 내부의 구조 불균형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합리적 기준안 도입 논의의 배경 역할을 해왔다.
황희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구조적 불균형을 바로잡고, 콘텐츠 사용료의 합리적 배분과 지속 가능한 상생 구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첫 단추”라고 평가했다. 이어 “사용료 배분율 정상화와 방송매출 증감, 채널군 공정경쟁 체계 마련 등이 시장 신뢰를 재구축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케이블TV 사업구조의 고질적 난맥을 극복하려면 OTT와 유료방송이 공존하는 새로운 기준 체계가 불가피하며,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시장 생태계 재편이 앞으로 산업 혁신의 척도가 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