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이슈로 본 계약결혼 논의”…직장인 커뮤니티, 사회문화 변화 탐색→윤리·제도 과제 부상
IT 플랫폼 기반의 사회문화 변화가 다시 한 번 한국 사회에 논쟁의 불씨를 제공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게재된 ‘계약 결혼으로 축의금 회수’라는 게시글이 1만 4천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단기간에 온라인 전반으로 퍼져나갔고, 기성 결혼 문화와 제도적 허점, 그리고 공동체 윤리에 대한 집단적 질문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디지털 네트워크와 플랫폼이 일상적 담론의 장을 어떻게 확장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게시글 작성자는 금전적 동기와 제도적 편익(회사 복지 등)을 들어 1년 후 이혼을 전제로 한 ‘계약 결혼’ 희망 의사를 공언했고,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연기와 실재가 뒤섞인 비판, 비현실적 기획이라는 지적, 그리고 제도 악용에 대한 법적·윤리적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에서는 현실적 고민에서 출발했다는 공감의 시선과 함께, 기존 결혼 관념의 실용화 흐름도 읽힌다. 이 같은 담론 양상은 IT 플랫폼이 사회 규범 및 문화적 가치와 상호작용하며, 규범과 현실 설계 사이의 균열을 노출시키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IT 플랫폼을 통한 익명 네트워크 확장과 탈(脫)권위적 소통 구조가 기존 제도·문화의 경계를 끊임없이 시험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조준현 연세대학교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디지털 기반 커뮤니티에서 집단적 경험, 금전 논리, 제도 활용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새 규범의 실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이 개개인의 현실적 동기와 사회 집단 윤리를 매개하는 가운데, 제도 악용과 정책 보완의 필요성 또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거듭 변화하는 IT 기반 사회에서 기술과 제도의 조응, 윤리적 설계의 정교화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