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입형 나노소포체로 치료효과 극대화”…국내 연구진, 폐섬유증 신약 플랫폼 선보여
기존 치료제로는 한계가 뚜렷했던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 대상의 맞춤형 치료제가 국내 연구진을 통해 새롭게 개발됐다. 김현구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를 비롯한 카이스트-고려대 공동연구팀은 '피르페니돈'을 기반으로 한 흡입형 나노소포체(PFD-PSNVs)를 설계해, 약물 전달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대폭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제어 방출 저널' 표지논문으로 선정되며 글로벌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의학적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면서 폐 조직이 점진적으로 딱딱해지고, 결국 호흡이 멈추는 치명적 희귀질환이다. 지금까지 승인을 받은 치료제는 경구용 피르페니돈 등 일부 약물이 전부였으나, 오심·간독성 등 전신 부작용이 잦아 환자 치료의 근본적 한계로 지적돼왔다. 최근에는 약물을 폐 조직에 직접 전달해 효능을 높이고 부작용 위험을 줄이는 신기술에 전 세계 과학계가 주목해 왔다.

연구팀은 대표적 치료제인 피르페니돈을 기존의 알약 대신 흡입제로 변환, 폐 계면활성제 성분을 활용한 150나노미터 크기의 나노입자에 약물을 탑재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이 전달체는 기존 흡입제 대비 폐 내 체류시간이 4배 이상 늘어나 효율적으로 폐 깊숙한 부위까지 약물을 안정적으로 운반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 실험동물(생쥐) 시험에서 기존 경구 투여 시 필요한 용량의 10분의 1만 써도 동등한 효과를 보였으며, 폐섬유화 억제 및 조직손상 감소 측면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나타냈다.
안전성 검증도 철저히 진행됐다. 실험동물에 반복적으로 흡입 치료제를 투여한 결과, 주요 장기 조직 변화나 간독성 등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 반면 기존 경구용 대조군은 간손상 지표가 유의하게 상승하는 등 안전성 측면에서 약점이 드러났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가 약물의 폐 특이적 전달과 체내 부하 최소화 기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성과는 국내에서 개발된 새로운 약물전달 플랫폼이 기존 글로벌 표준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미국 FDA 등에서도 흡입형 치료제 임상 데이터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경쟁 글로벌 기업들과의 비교 분석 및 향후 임상 진입 계획이 주목된다.
의약품 분야에서의 혁신적 약물전달체 개발은 체계적인 규제·임상 프로토콜 검증이 반드시 요구된다. 현재 식약처 등 국내 규제기관에서도 흡입제와 나노의약품의 안전성 심의와 품목 허가를 까다롭게 관리하고 있어, 실제 상용화까지는 추가 임상 및 장기 추적 데이터 확보가 남아 있다.
김현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약물 부작용과 치료 효율성 간 딜레마를 해결할 핵심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며 “추가 연구와 임상 적용을 통해 난치성 폐질환 환자 치료 옵션 확대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계면활성제를 응용한 나노소포체 플랫폼이 앞으로 다양한 호흡기 희귀질환 및 치료제 분야까지 적용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연구성과가 실제 의료현장에 안착하는지, 그리고 흡입형·나노기반 치료제 시장의 본격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을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