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하고 나하고”…이건주, 42년 가족의 그림자 넘어 눈물로 다시 만난 형제→왜 헤어져야 했는지
낯설지만 소란스러운 공항,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는 익숙한 시선만이 시간을 멈춘 듯한 조용한 순간을 감돌게 했다. 이건주와 이건철, 두 형제는 42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맞닿지 못한 시간을 뒤로하고 마침내 같은 공간에 서게 됐다. '아빠하고 나하고'를 통해 오랜 이별의 끝에서 다시 손을 내민 형제의 모습은 시청자에게도 잊혀지지 않을 여운을 남겼다.
배우 출신 무속인 이건주는 프랑스로 입양된 동생 이건철과의 재회를 맞아 속에 쌓인 말을 풀어놓았다. 공백의 세월만큼이나 조심스러운 눈빛과 떨리는 목소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로 닮았다는 사실만으로 다시 이어지는 가족의 감정이 방송을 가득 채웠다. 동생 이건철은 오래도록 품어온 질문을 조심히 꺼냈다. "우리 어머니가 같은지"라는 물음에 이건주는 "엄마 같은 게 맞다"며 한 치 망설임 없이 진실을 전했다.

이건철의 또 다른 질문, 왜 자신만이 입양을 떠나야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오랜 시간 언어의 장벽 때문에 나누지 못했던 고백, 이번에는 멈추지 않고 진실된 대화가 오갔다. 이건주는 "아버지는 군대에 있었고, 엄마는 너무 어렸다. 부모님은 우리 형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모들도 학교를 그만둬야 했으니 현실적으로 돌볼 수가 없었다. 한 사람이라도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길 바란 할머니의 결정이었다"며, 할머니의 눈물 어린 선택을 전하기도 했다. 그 마음의 무게는 담담하지만 미묘하게 흔들리는 눈빛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건철 역시 오랜 기다림을 품은 답변으로 감동을 더했다. "오랫동안 이유를 알고 싶었고, 이제야 비로소 진실을 들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서러움과 안도의 감정이 동시에 깃들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던 형제는 한참 침묵 끝에 조용히 웃으며 다시 가족이 되었음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42년의 길고 고된 이별, 그리고 한국과 프랑스라는 물리적 거리가 더 이상 장애가 아니라는 점이 감동을 배가시켰다.
공항의 소음조차 잠재운 진심과 용서, 오랜 상처와 오해의 시간을 지나 두 형제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하나가 됐다. 숨죽인 채 스크린을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무거운 진실 앞에 흐르는 눈물을 함께 삼켰다. 이건주와 이건철 형제의 뭉클한 재회와 사랑은 지난 17일 TV조선 가족 예능 '아빠하고 나하고'를 통해 방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