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률 격차 벌어졌다”…미국 증시, 글로벌 증시 대비 16년 만에 부진
글로벌 증시가 올해 들어 일제히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 증시만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 26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미국 외 주요국 증시의 상승률이 S&P500 지수를 크게 웃돌며 투자자 관심이 해외로 이동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MSCI ACWI(미국 제외 전 세계지수)는 올해 달러화 기준 26% 급등해 같은 기간 S&P500 지수의 상승률(15%)을 크게 앞질렀다. MSCI ACWI는 미국을 제외한 46개국 대형·중형주 약 2,300개 종목의 향방을 보여주는 대표적 글로벌 지수다.

국가별 상승률을 보면 한국 코스피가 64% 급등해 가장 높은 오름폭을 보였고, 일본 닛케이225가 24%, 독일 DAX 22%, 영국 FTSE100 18%, 홍콩 항셍지수도 30%씩 올랐다. 모두 S&P500 상승률을 상회한다.
WSJ는 “이 격차가 연말까지 유지되면 올해 미국 증시는 2009년 이후 16년 만에 세계 증시 대비 가장 부진한 성과를 남기게 된다”며 지난 10년간 미국 증시의 압도적 흐름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S&P500은 10년 동안 225% 급등했지만, 같은 기간 닛케이225는 158%, FTSE100은 49% 상승에 그쳤다.
글로벌 증시 강세의 배경에는 달러 약세가 있다. 올해 WSJ 달러화 지수는 6.3% 하락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연준 독립성 논란, 미국 정부 부채 증가 우려 등이 달러가치에 부담을 줬다. 달러 약세는 다른 통화 기반 해외 증시와 기업 실적 환산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증시는 인공지능 열풍과 비교적 견고한 경기 지표에 힘입어 역사적 고점 부근에 머물고 있지만, 소수 빅테크 기업 주도로만 지수가 상승한다는 점에 대한 고평가·편중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S&P500 편입 종목의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현재 23배로,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초과수익을 이어온 흐름이 16년 만에 반전될 수 있다며, 통화·정치 불확실성과 함께 투자 방향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한다.
향후 정책 방향과 시장 흐름은 달러 환율, 기업 실적, 글로벌 경기 동향 등 주요 지표 변화에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