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독립운동가 102명 발굴”…경남도, 전국 유일 전담제 운영 성과
미서훈 독립운동가를 두고 지방자치단체와 국가 기관이 맞붙었다. 오랜 기간 잊힌 애국지사들이 새롭게 발굴되며 보훈 체계의 경직성을 두고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경남도가 2년간 찾아낸 102명의 미서훈 독립운동가 중 18명이 국가보훈부로부터 훈포장을 받으면서, 독립운동 역사 현장의 이면이 다시 조명되는 분위기다.
경상남도는 2023년 6월부터 전담 공무원을 지정, 18개 시군과 협력해 증빙 자료 부족 등으로 서훈에서 누락된 독립운동가들을 체계적으로 발굴해 왔다. 단순한 단기행사가 아닌, 꾸준한 문서 추적과 전문가 자문 등으로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한 지속 정책을 구축했다. 2023년 12월 24명을 시작으로, 2024년 6월까지 102명에 대한 독립운동 서훈을 국가보훈부에 신청했고, 이 가운데 18명을 훈포장자로 인정받았다. 심사가 남은 사례도 있어 독립유공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보훈부의 서훈 심사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서훈 대상자는 1895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에 저항하거나 독립에 기여한 점이 입증돼야 한다. 그러나 유족이 단절되거나 자료가 부족해 신청조차 못 하는 사례가 많았다. 고미란 경남도 복지정책과 주무관은 “과거엔 가문이 있는 분들 위주로 신청이 이뤄졌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대가 끊기거나 유족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포상 기준 완화도 변수다. 3·1 운동 100주년을 계기로 수형 기간, 처벌 종류 제한 등이 완화되면서 집행유예·태형·벌금형 등으로도 독립운동 공적이 인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친일 행위, 월북, 광복 후 중범죄 등 결격 사유가 있다면 심사 통과는 쉽지 않다. 고 주무관은 “흠결이 없어야 최종 선정된다는 점에서 심사가 매우 까다롭다”고 강조했다.
현장 업무 난이도는 더욱 크다. 일제 강점기 한자·일본어 기록 등 판결문, 수형인 명부, 재판기록을 일일이 번역·해석하며, 신규 동료 독립운동가의 행적을 추적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한명의 독립운동가 서훈 신청을 위한 기초자료 수집에 수 개월이 걸리기도 하고, 자문단의 전문 의견도 필수적이다. 공적을 입증할 공식 기록 상당수가 일제가 남긴 자료에 의존한다는 점은 아이러니로 남는다.
경남도의 연속적 발굴 및 서훈 성공은 전국 지자체의 우수 사례로 평가받는다. “서훈으로 이어졌을 때 쌓인 수고로움이 눈 녹듯 사라진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책임감에 큰 보람을 느낀다.” 고미란 주무관은 이렇게 심경을 전했다.
독립운동가 가족과 지역 사회의 권위 향상, 국가적 위상 제고 차원에서 미서훈 독립유공자 찾기 사업은 의미를 더하고 있다. 제80주년 광복절을 앞둔 2025년, 경남도의 노력은 독립운동가 명예 회복의 새 물꼬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미서훈자 발굴과 지원 정책을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