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현지화 촉진 변수”…현대차그룹, 美고율관세 대응→국내 부품사 긴장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에 대응해 부품 현지화 전략을 명확히 내세우며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에 심각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산업 내 주요 이해관계자들은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시장 납품 구조 변화가 국내 부품기업의 수출 및 내수 실적 전반에 걸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에서 현대차·기아 비중이 절대적이고, 이에 따른 공급망 변화가 부품업계 전반의 생태계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부품 조달 전략의 단기 소싱 다변화와 장기 전략적 현지화 추진 방침을 공식화했다. 태스크포스팀(TFT)을 통해 200여 개 부품의 공급망 다각화를 논의 중이며, 미국 현지 부품 조달률이 타 경쟁사 대비 상당히 낮은 점이 대외 불확실성 확대의 원인으로 제시된다. 실제로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부품 현지 조달률은 48.6%로, 테슬라(68.9%)와 혼다(62.3%)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또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위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중심으로 2025년 120만 대 생산체제를 구축하려는 전략도 밝혀졌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부품업계의 대미 수출 및 완성차업체 납품 실적 모두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집중되고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 82억2천만 달러 중 60~70%가 현대차·기아 향으로 추정되며, 국내 완성차업체 납품액의 90% 이상 역시 현대차와 기아가 차지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수출 단가 악화와 현지 진출 장벽 등을 복합적으로 우려하며, 관세정책과 미래차 전환이 동시다발적으로 국내 부품기업 생태계에 이중, 삼중의 충격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결국 현대차그룹의 현지생산 강화가 자동차 산업 내 서플라이체인 재편과 고용 축소, 기술력 이탈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대해 자동차융합기술원 이항구 전 원장은 "현지화 가속은 국내 부품업계의 생존 전략 전면 재고를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업계는 2~3년 내 본격적인 납품 감소와 구조조정의 파고에 대비해야 할 시점임을 인정하고 있다. 자동차산업 구조에 대한 면밀한 데이터 분석과 정부-기업-기관의 체계적 대응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