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금융 해킹 대응 무책임”...여야, KT·롯데카드 대표에 일제 질타

대규모 해킹 사고를 둘러싸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KT와 롯데카드,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면 충돌했다. KT 임원진의 사퇴 요구부터 정부 부처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책임론까지 거센 질타가 이어지며, 시스템 관리 부실 논란이 다시 정치권의 도마에 올랐다.

24일 국회는 과방위 청문회를 통해 해킹 사태의 축소·은폐 의혹, 보안 투자 소홀, 사후 대처 미흡 등과 관련해 KT와 롯데카드 대표이사를 일제히 질책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기간 통신망이라는 이름을 쓰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며 “임원진 전원 사퇴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황정아 의원은 “구멍가게가 털려도 이렇게는 안 한다”며 KT의 무능을 꼬집었다.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 역시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며 대표이사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으며, 같은 당 박정훈 의원은 “조직문화가 한심하다”며 사태 예방 노력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은 KT가 해킹 신고 당일 피해 배상 조건을 불리하게 바꿨다며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약관을 변경할 정신이 필요했느냐”고 따졌다.

여야 의원들은 KT 경영진을 둘러싼 ‘윤석열 정부 낙하산 인사’ 의혹도 거론했다. 민주당 김현 의원은 KT 이사직에 윤석열·이명박 정부 인사나 검찰 출신이 포진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으며, 이훈기 의원 역시 “낙하산 인사로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롯데카드 해킹 사태와 관련해서도 보안 투자 부족이 집중 추궁 대상이 됐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보름 넘게 피해를 인지하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이냐”며 수익 극대화만을 쫓는 경영 태도를 비판했다. 민주당 이정헌 의원도 롯데카드의 정보 보호 예산이 올해 15.2퍼센트 줄었다는 점을 들며 사모펀드의 단기 수익 중심 경영을 문제 삼았다.

해킹 관련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ISA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게 제기됐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는 이번 사태에서 빠져있다”며 ‘칸막이’형 관료주의를 지적했고, 류제명 과기정통부 차관에게 “또 어디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 국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특히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검찰 수사관 출신인 이상중 KISA 원장의 전문성을 문제 삼으며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KISA 원장은 완전한 전문가가 와야 한다. 검찰 수사관이 있을 자리가 아니다”라며 정파와 무관하게 사퇴를 요구했다.

이날 국회 청문회는 해킹 사고 대응을 둘러싼 강한 정치권의 비판으로 정부와 민간 기업 모두 책임을 피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 여야는 향후 추가 보안 강화 대책 마련과 책임자 문책을 놓고 계속해서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