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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 판정 고수”…프랑스오픈, 전자판정 논란 속→현행 방식 유지
스포츠

“선심 판정 고수”…프랑스오픈, 전자판정 논란 속→현행 방식 유지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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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흐린 클레이 코트 위에 다시금 판정 논란의 불씨가 지펴졌다. 경기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 선수와 심판의 시선은 바닥에 남은 자국 위에서 교차했다. 테니스의 오랜 전통과 첨단 기술 사이를 가로지르며 프랑스오픈은 여전히 선심이라는 인간의 판단을 선택하고 있는 모습이다.

 

2024년 파리에서 개최되고 있는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는 4대 메이저 대회 중 유일하게 선심이 코트에 남아있다. 호주오픈이 2021년부터, US오픈이 2022년부터, 그리고 윔블던마저 올해 전자 판정 도입을 본격화했지만 프랑스오픈만큼은 전자 판정 대신 선심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클레이 코트 특성상 변화가 쉽지 않은 환경이 의미하는 독특한 풍경이기도 하다.

“선심 판정 고수”…프랑스오픈, 전자판정 논란 속→현행 방식 유지 / 연합뉴스
“선심 판정 고수”…프랑스오픈, 전자판정 논란 속→현행 방식 유지 / 연합뉴스

여자 단식 1회전에서는 미라 안드레예바가 심판 판정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주심이 직접 코트로 내려와 자국을 확인하는 장면이 방송을 타며, 인간의 판정과 기술의 판단이 맞부딪히는 순간을 드러냈다. 프랑스오픈 조직위는 중계 화면에 전자 판정 자료를 노출하지만 실제 판정에는 반영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올해도 클레이 코트 대회들에서는 전자 판정의 신뢰도와 관련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4월 마드리드오픈에서는 알렉산더 츠베레프가 주심에게 거세게 항의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츠베레프는 전자 판정의 오차 범위를 지적하며, 판정 장면을 직접 촬영하는 등 평소와는 다른 항의 방식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주심은 ‘전자 판정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더해졌다.

 

비슷한 시기 포르셰 그랑프리에서도 아리나 사발렌카가 전자 판정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클레이 코트 특성상 공의 궤적 예측이 어렵고, 전자 판정 시스템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을 반복해서 지적하고 있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노바크 조코비치는 전자 판정 도입을 더 정확한 선택이라고 언급했으나, 스테파노스 치치파스는 “사람이 직접 공을 보는 것이 클레이 코트의 전통”이라며 인간 판정의 의미를 강조했다. 프랑스 테니스협회 질 모레통 회장은 선수의 동의가 있을 때까지 선심 제도를 유지할 계획임을 밝혔다.

 

프랑스오픈 조직위 역시 변화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역사와 관습, 그리고 관중과 선수의 정서를 동시에 고민하는 주최 측의 태도 속에서, 앞으로도 당분간 판정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결국 클레이 코트 위 선심의 작은 발자국에 남겨진 흔적처럼, 테니스의 전통과 변화 사이에는 아직 흐릿한 경계선이 남아 있다. 프랑스오픈 대회 관계자는 “선수와 팬, 그리고 오랜 전통 모두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토론의 흔적은 내년 프랑스오픈 코트에서도, 그리고 테니스를 사랑하는 이들의 기억에도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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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오픈#전자판정#클레이코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