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S 폐지 강경론자 과기비서관 내정”…이주한, 이재명 정부 R&D 개혁 예고
정치권이 PBS 폐지와 R&D 개혁 논란을 둘러싸고 격렬하게 맞서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에 이주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을 내정하면서 과학기술계는 정면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출연연구기관 PBS 제도(연구과제중심제도) 폐지라는 급진적 처방을 주도해 온 인사가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연구계와 정부 부처는 극명한 입장 차를 재확인하는 모습이다.
12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이주한 책임연구원을 신임 과학기술비서관에 내정하고 인사 행정 절차에 들어갔다. 이 책임연구원은 서강대를 졸업하고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삼성종합기술원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을 거쳤다. 오창 방사광가속기 프로젝트 총괄 등 대형 연구 기획 경험 외에도 정책연구부장, 성과확산부장 등 내부 직책을 두루 맡았다.

이 책임연구원은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수행하며 이재명 정부 과학기술 공약 설계에도 참여했다. 국정기획위원회 PBS 개편 태스크포스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연구자 중심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정부출연연 PBS 폐지를 주도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출연연 PBS 폐지에 신중한 입장을 밝히자, 그는 “일부 세력이 포스트 PBS를 구상하고 있다”며 “새 PBS를 꾸민다면 이재명 정부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하는 등 공개적으로 갈등을 표출했다. 연구자 출신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 당시에는 “부실하거나 위험성이 높은 R&D 사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현금 지출 구조와 대형 연구사업 예산 집행의 적정성까지 문제 제기를 이어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등 주요 부처들은 PBS 폐지에 대해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주한 내정자가 연이어 “쓸데없는 관료주의적 꼼수를 부리다 들키면 큰일 난다.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비판하는 등 강경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내놓으면서 정책 갈등이 심화될 조짐이다.
정치권과 과학기술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출연연 중심 R&D 체계 전반의 강력한 구조 개편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학기술 현장에서는 “대형 프로젝트 예산의 투명성 확보와 혁신적 R&D 촉진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와 “졸속 개편에 따른 현장의 혼란 가중” 우려가 엇갈린다.
대통령실은 이주한 내정자에 대한 인사 절차를 마무리하는 한편, PBS 폐지 등 출연연 혁신 정책을 둘러싼 후속 논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정치권은 과학기술연구 거버넌스 개편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