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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보일·킬리언 머피, 좀비 신화 다시 쓴다”…‘28년 후’ 3부작→긴장과 혁신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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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보일·킬리언 머피, 좀비 신화 다시 쓴다”…‘28년 후’ 3부작→긴장과 혁신의 서막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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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으로 가득 찬 얼굴과 불길한 붉은빛이 넘실대던 도시는, 대니 보일의 깊고도 예리한 시선 아래 다시 무너졌다. 20년 넘게 이어진 팬들의 갈증 속, 알렉스 가랜드의 치밀한 각본과 결합한 ‘28일 후’의 세계관은 ‘28년 후’에서 한층 더 도약한다. 보일의 카메라는 서늘한 공기와 파괴된 영국의 풍경을 입체적으로 깎아내며, 달리는 좀비 신드롬 그 너머의 새로운 혼돈을 설계했다.

 

좀비는 이제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진화를 거듭하는 존재로 거듭난다. 달리기만 했던 감염자들은 사냥을 준비하고, 기어다니고, 지능과 폭력을 겸비한 리더까지 등장한다. 극을 끌고 가는 것은 성인식을 앞둔 열두 살 스파이크의 시선. 폐허가 된 본토, 가족을 구해야 하는 아이의 망설임 앞에, 관객은 인간과 괴물 사이 가장 원초적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도주와 추격의 연속은, ‘28년 후’가 보여줄 새로운 서사적 미학의 출발점이다.

“달리는 좀비의 진화”…대니 보일·킬리언 머피, ‘28년 후’ 3부작→좀비 영화 판도 바꾼다
“달리는 좀비의 진화”…대니 보일·킬리언 머피, ‘28년 후’ 3부작→좀비 영화 판도 바꾼다

대니 보일과 알렉스 가랜드의 재회만으로도 ‘28일 후’부터 연달아 터진 좀비물의 흐름을 다시 뒤흔든다는 기대감이 고조된다. 흥미로운 점은 촬영 방식의 대대적 변화다. 초광각의 와이드 프레임, 아이폰15MAX와 같은 스마트폰 동시 촬영 등 다양한 기기로 현실감과 불안감을 확장했다. 이는 현실과 영상미가 공존하는 새로운 좀비 영화의 ‘체감’을 부각시키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전작이 800만 달러라는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기록적인 흥행을 이뤘다면, 이번 ‘28년 후’는 7800만 달러의 제작비로 할리우드 표준에선 여전히 소박한 규모를 유지한다. 그러나 비용의 효율과 장르적 감성, 두 마리 토끼를 쫓아가는 기획은 장인정신 그 자체다. 무엇보다 ‘28일 후’의 상징이자 ‘오펜하이머’로 세계적 각광을 받은 킬리언 머피가 이번에는 제작자로 가세, 후속편에서 다시 주연을 맡아 전편의 아름다웠던 잔상을 계승하고 또 다른 전설을 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시리즈는 총 3부작으로 기획됐다. 두 번째 편은 이미 촬영을 마쳐 내년 개봉을 준비 중이며, 3편도 순차적으로 제작이 예정돼 있다. 대니 보일 감독은 2편에서 드러날 악(惡)의 본질을, 킬리언 머피는 3부 전체를 관통하는 인물로 성장하며 새로운 시대의 좀비 신화를 완성한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시리즈 첫 편이 가족의 본질을 이야기했다면, 이제 그 화두는 인간 본성과 악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질문까지 확장된다.

 

팬들의 긴 기다림 끝에 탄생한 ‘28년 후’ 시리즈는 변모한 좀비와 각 인물의 고뇌, 그리고 시리즈의 독특함이 조화를 이루며 또 한 번 장르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시간의 균열 위에 선 대니 보일과 알렉스 가랜드, 그리고 킬리언 머피의 강렬한 서사는 19일 극장 개봉과 함께 세계 영화 팬들에게 새로운 충격을 안길 예정이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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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보일#28년후#킬리언머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