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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이란 봉쇄 경고에 에너지·항공 업계 비상→국제 유가·물류 파장 예측
국제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이란 봉쇄 경고에 에너지·항공 업계 비상→국제 유가·물류 파장 예측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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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가 자욱하게 깔리는 걸프만 바다, 수평선 너머로 바쁘게 오가는 거대한 원유 운반선들은 여전히 세계 에너지의 심장이 이곳에서 뛰고 있음을 조용히 웅변한다. 그러나 지금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그 행렬 위엔 불안과 긴장감이 덮여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드러내며, 각국의 정유·항공·에너지 기업들은 걷잡을 수 없는 파고를 마주하게 됐다.

 

이스라엘이 이란 테헤란의 석유 저장 시설을 타격한 뒤, 이란 의회 안보위원회의 에스마일 코사리 의원은 자국 방송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와 한국 원유 수입의 70%가 지나는, 지정학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곳이다. 이란·오만·UAE 세 나라의 경계선 사이, 가장 민감한 해로의 대부분은 이란 영해에 속해 있어 상황의 엄중함을 더한다.

출처=HMM
출처=HMM

이러한 경고에 국제 원유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이 한때 13% 치솟으며, 에너지 시장은 한순간 불확실성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란과 중국의 경제적 유대, 즉 이란 석유 수출의 90%가 아시아로, 그 대부분이 중국으로 향하기에 전면 봉쇄의 현실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한다. 실제 이란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봉쇄를 언급했지만 실제로 해협을 닫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역사는 검문검색 강화와 물류 지연을 반복해왔다. 이란이 국제 해상항행의 자유를 존중하는 협약의 일원임에도, ‘선박 안전점검’을 명분으로 선박의 통과를 제한하는 전례는 이미 있었다. 물류 신경망은 단 한 번의 정체에도 민감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내 정유업계는 약 200일분의 원유 비축으로 당장의 위기에는 흔들리지 않을 태세다. 하지만 비축이 90일분 아래로 떨어지는 날, 도로 위엔 자동차 2부제가 엄격히 펼쳐지고 도심은 에너지를 절약하라는 목소리로 가득 찰 것이다.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사정은 더욱 취약하다. 비축량이 열흘 남짓에 불과하고, 수입량 절반 가까이가 중동에 의존하고 있기에 만일 해협이 멈춘다면 그 파장은 결코 짧지 않다.

 

석유화학 산업과 항공업계 역시 유가 급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세계 경제의 혈관과도 같은 이 해역, 긴장의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각국은 저마다의 대책을 서둘러 모색한다. 국제사회의 이목이 다시 한 번,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좁고 깊은 바다로 향한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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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호르무즈해협#국내정유업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