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합참 건너뛰고 평양 무인기 투입”…윤석열·김용현, 비상계엄 외환 의혹 휘말려

김다영 기자
입력

군 지휘 체계의 핵심인 합동참모본부를 건너뛴 무인기 작전 정황과 비상계엄 선포 구상이 맞물리며 정치권이 격랑에 휩싸였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을 외환 관련 일반이적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북한 상공 무인기 투입 과정이 정상적인 군 지휘 라인을 벗어나 청와대 직보 형태로 진행됐다고 공소장에 적시한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18일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구상과 연계된 외환 의혹을 수사한 결과,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이 무인기 작전 초기 계획을 합동참모본부가 아니라 당시 대통령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먼저 보고한 사실을 공소장에 담았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일반이적 혐의로 기소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용현 전 장관은 대통령경호처장 신분이던 지난해 5월 31일경 김용대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무인기 관련 내용을 물었고, 지휘 계통 밖에 있는 그에게 무인기 개조 방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특검은 파악했다. 이후 김 전 사령관은 드론작전사령부 소속 부하들에게 무인기 전투 실험을 지시하면서 합동참모본부에는 알리지 말라고 했고, 대통령 지시에 따라 합참을 거치지 않고 직접 보고하는 구도로 인식했다고 특검은 설명했다.

 

당시 드론작전사령부에 파견 나가 있던 국군방첩사령부 소속 직원이 무인기 전투 실험에 대해 문의하자, 김 전 사령관은 "전투실험은 드론사 자체적으로 시도하는 것으로 현시점에서 노출되면 혼란스러울 수 있으니 극도로 보안을 유지 중이다"라며 "방첩사령관에게는 내가 직접 전화해 말씀드리겠다. 여러 사람이 알면 곤란해질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 발언이 합참과 방첩사를 배제한 채 소수 인물 중심으로 작전을 추진한 정황이라고 봤다.

 

특검 공소장에 따르면 드론작전사령부는 지난해 6월 초순부터 무인기 개조 작업과 전투 실험 준비에 착수했고, 이 같은 계획이 김용대 전 사령관을 거쳐 김용현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이 과정에서 어떠한 공식 보고도 받지 못해 전투 실험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적시됐다.

 

김용현 전 장관은 같은 해 6월 16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여 전 사령관의 비화폰으로 김용대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전투 실험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발전시켜서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특검은 판단했다. 이후 합참 작전을 총괄하던 이승오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무인기 작전 내용을 보고받고 김 전 장관에게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만류했지만, 김 전 장관은 무인기 작전을 강행하는 방향으로 이 전 본부장을 압박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특검팀은 공소장에서 "김 전 장관이 이 전 본부장에게 무인기 작전을 강요하는 과정은 가스라이팅에 비견될 정도였다"는 취지로 서술했다. 실제로 북한이 평양 상공에 침투한 무인기 잔해를 확보한 뒤 "군사적 수단의 침범행위가 또다시 발견되면 선전포고로 간주해 즉시 보복할 것"이라고 위협 성명을 낸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은 이 전 본부장에게 무인기 작전이 꼭 필요하다고 재차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휘 계통 혼란도 드러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승오 전 본부장은 김용대 전 사령관에게 "장관이 준비됐냐고 물어보면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라"고 지시한 반면, 김용현 전 장관은 김 전 사령관에게 "준비가 되면 이 전 본부장을 거치지 말고 직접 이야기하라"고 주문했다. 특검은 상반된 지시가 반복되면서 합참과 드론사 간 지휘 체계가 사실상 이중화됐다고 판단했다.

 

무인기 작전의 민감성이 커지는 가운데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의 비화폰 통화 기록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지난해 10월 11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 전 장관은 평양 무인기 침투 논란에 대해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가, 한 시간 정회 뒤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특검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정회 시간 동안 비화폰으로 윤 전 대통령과 약 3분 30초간 통화했고, 이후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에게도 비화폰으로 연락해 "우리가 보낸 건 아니지만 북한이 말한 것에 일일이 바로 대응하는 건 적절치 않아서 합참과 토의한 결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하며 무인기 비행 사실을 숨겼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이 정전협정 상태인 북한을 무인기 작전 등 비정상적인 군사 행동으로 자극해 긴장을 높이고, 이를 비상계엄 선포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공소장에는 "무인기 투입 등 작전이 합참 통제를 벗어나 비밀리에 진행되면서 북한의 위협에 가장 먼저 대응해야 할 전방부대는 충분한 대비 태세를 갖추지 못했고, 국가 안보가 저해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북한에 투입된 무인기 목표 지역도 상징성이 큰 곳으로 특정됐다. 특검에 따르면 무인기 침투 지점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향으로 알려진 데다 초호화 휴양지가 들어선 원산, 김정일 우상화의 거점인 철령고개가 있는 고산, 수도권과 지리적으로 근접한 개성, 선박 건조 기지이자 군사 시설이 밀집된 남포, 미사일 개발을 담당하는 주요 군사 시설이 위치한 신포 등이 포함됐다. 특검은 이러한 표적 선정 자체가 북한 체제와 군 지도부를 직접 자극할 소지가 큰 행위라고 보고 있다.

 

정치적 동기 의혹도 제기됐다. 특검팀은 공소장에서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8월 해병대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지고, 같은 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하는 등 정국 주도권이 흔들리던 시점을 기점으로 비상계엄 카드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고 적시했다. 당시 상황 반전을 위한 강경한 안보 이슈 부각이 청와대 안팎에서 논의됐고, 무인기 작전이 그 축 가운데 하나였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윤 전 대통령의 강경 발언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특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11월 25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들과의 관저 만찬 자리에서 "내가 총살당하는 한이 있어도 싹 쓸어버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 발언을 두고 안보 위기 상황에서 군사력을 전면적으로 동원할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공소 제기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 측은 정치적 수사라며 반발하는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군 지휘 체계 밖에서 정밀한 대북 군사작전이 추진됐다는 의혹과 비상계엄 구상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향후 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와 법적 책임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안보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도 격화될 전망이다. 야당은 이미 "헌정 질서를 뒤흔드는 군사 쿠데타 수준"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고, 여권은 "북한 도발 억지를 위한 합법적 대응"이라며 맞서고 있다. 향후 국회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등 상임위에서 관련 보고와 증인 출석 요구가 이어질 경우, 무인기 작전 전모와 비상계엄 논의 경위가 추가로 드러날 수 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특검 공소장 내용에 대한 공식 입장을 자제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당시 보고·지시 체계를 재점검하는 분위기다. 특검 수사가 재판 단계로 넘어간 만큼 국회는 차기 회기에서 관련 책임 규명과 제도 개선 방안을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김다영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윤석열#김용현#무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