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권 최대 18만원 인상”…맨유, 가격 등급제 도입→팬 반발 확산
몇 번의 좌절이 드리웠던 올드 트래퍼드의 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은 여전히 구장에 운집해 선수들에게 힘을 보탰다. 그러나 티켓 가격 인상 소식이 잉글랜드 축구의 열기를 잠시 멈춰 세웠다. 올여름, 맨유의 홈구장으로 향하던 발걸음 앞에 망설임이 생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025-2026시즌부터 홈경기 입장권에 처음으로 가격 등급제를 도입한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경기당 약 2만 장의 티켓이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뉘며, 인기 구단이 상대인 카테고리 A 경기의 경우 한 장에 최대 97파운드, 약 18만 원을 기록하게 됐다. 이는 지난 시즌 올드 트래퍼드 최상위 티켓 가격인 66파운드, 약 12만 원 대비 큰 폭으로 인상된 수치다.

카테고리 C 경기는 선덜랜드, 울버햄프턴 등 비교적 선호도가 낮은 상대와의 경기로, 37파운드, 약 6만8천 원부터 시작된다. 컵대회 일부 좌석은 가장 낮은 가격대로 책정된 반면, 리그 내 주요 빅매치들은 경기 일정과 상대에 따라 최대 등급 가격이 적용된다. 구단 측은 “전체 좌석의 1% 미만이 프리미엄에 해당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EPL 전체 구단의 티켓 정책 변화 추세에 맞춘 결정임을 재차 설명했다. 또한 팬들과의 협의로 인상폭 역시 조정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공식 서포터즈 조직인 MUST 등 팬들은 이번 발표에 강하게 반발했다. MUST는 “실질적 협의가 없었고, 기대와는 달리 또 다시 실망만 안겼다”고 밝혔다. 단단히 뭉쳐야 할 구단과 팬의 사이에, 티켓 가격이 또 한 번의 벽이 돼 서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 팀의 성적이 저조했던 점에 비춰 보면, 팬들은 올드 트래퍼드에서 느끼는 소속감과 응원의 열기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는 “서민 팬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든다”는 탄식이 쏟아지고, 더 넓은 축구의 장이 소수의 경험으로 좁혀지는 현실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맨유는 곧 프리시즌 일정을 시작하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차기 시즌 개막과 신규 요금 체계의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안내할 방침이다.
계절마다 새 옷을 입는 구장은 변해가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그곳을 가득 채운 이름 없는 환호와 응원이었다. 영국 축구의 오래된 풍경 속 묵묵히 자리했던 팬들의 마음이, 돈이라는 숫자 앞에 또 다시 묵직해진다. 변화는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새로운 시즌은, 더디게 흐르는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올드 트래퍼드 안팎의 목소리를 조용히 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