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안·국채금리 랠리에도 뉴욕증시 숨 고른 밤”…미 하원 변수에 투자자 긴장감→향후 금리·지표 주목
미국 뉴욕, 새벽을 밝히는 전광판이 오히려 무언의 침묵으로 응답한 밤이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22일, 미 국채금리의 일시적 하락과 하원 감세안 통과라는 중대한 정치적 이벤트를 앞세워 출발은 힘차게 내달렸으나, 마무리는 고요한 긴장과 함께 혼조의 흐름으로 채워졌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41,859.09로 종가를 기록, 전일 대비 1.35포인트(0.00%)의 미세한 하락에 그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842.01로 2.60포인트(0.04%) 내렸고, 나스닥종합지수만이 18,925.73으로 53.09포인트(0.28%)의 소폭 오름세로 거래를 마감했다.

장 초반 시장을 끌어올린 것은 연방 하원의 감세안 가결이었다. 이번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한 소득세·법인세 인하, 세액공제 확대 등 2017년 조치의 연장을 담았으며, 하원 관문을 넘으며 투자자 심리를 잠시나마 안정시켰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이 감세안이 상원에서도 통과할 경우 10년간 3조8천억달러의 연방 재정적자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우려에 국채시장은 위험 완화 기대를 선 반영했고, 이는 곧 국채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 달러인덱스는 한때 100선 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시장에 퍼진 안도는 오래가지 못했다. 마감 30분을 남기고서는 차익실현 매도가 일시에 집중되며, 상승폭이 줄고 일부 지수는 역전의 흐름을 그렸다. 나스닥은 1%대 급등을 대부분 반납했고, 다우와 S&P500지수 역시 하락 전환 속에 마감했다.
업종별로는 기술·통신서비스·임의소비재의 강세가 두드러졌으나, 유틸리티 업종은 1.4% 내리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 가운데 애플을 제외한 대형 기술주가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애플은 이날도 약세를 피하지 못해 엔비디아에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넘겨줬다. 구글은 신제품 인공지능 기능 공개로 1% 넘는 상승을 기록했으며, 반대로 감세안 통과에 타격을 입은 태양광 업종 주요 종목들은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감세안이 단기적으로는 성장률 자극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만성적 재정적자 확대 신호가 길어질 경우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날 채권시장에선 7월 연방기금금리 동결 확률이 73.1%로 상승했고, 변동성지수(VIX)는 2.83% 하락, 20.28을 가리키며 시장의 경계감과 안도감이 교차했다.
통화정책 불확실성 역시 여전하다.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는 관세 인하가 하반기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여건이 될 수 있음을 언급했다. 실제 5월 S&P글로벌의 서비스업 및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PMI) 예비치는 모두 52.3으로 집계, 제조업 PMI 기준으로는 2022년 6월 이래 최고치에 이르렀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2만7천 건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결국 남은 관심은 미 상원에서의 감세안 운명, 그리고 연준의 움직임과 함께 6월 발표될 주요 경제지표에 쏠릴 수밖에 없다. 미국 내부의 조세 정책 변화가 감도는 긴장과 함께, 국제사회 역시 달러·채권·기술주로 이어지는 파장의 여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자 또한 변동성 속 신중하고도 예민한 투자 지형을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