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화 예산도 빠졌다”…국가 전산망 화재, 총체적 관리 부실 드러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로 인한 정부 전산망 장애 사태가 한 달을 맞는 가운데, 이번 사고가 전형적인 인재로 평가받고 있다. 무경험 작업자의 투입, 불법 하도급, 작업 안전수칙 미준수와 더불어, 필수적인 IT 이중화(Infrastructure Redundancy) 구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총체적 관리 부실이 뚜렷해졌다. 정부는 사태 복구와 함께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섰으나, 업계에서는 근본적인 시스템 혁신과 예산 반영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26일 발생한 대전 본원 화재는 UPS(무정전 전원장치)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작업 과정에서 일부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았고, 규정상 30% 이하로 해야 하는 배터리 충전 잔량도 80% 수준에서 작업이 이뤄졌다. 절연 공구 대신 전동 드릴을 사용한 점, UPS 이설 경험이 전무한 하도급 작업자의 투입 등 여러 안전 규정이 무시된 사실이 확인됐다. 전기공사업법상 하도급 금지 규정도 위반된 것으로 드러나, 수주 업체 관리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서비스 다운을 막기 위한 '쌍둥이 시스템' 개념의 이중화는 사실상 요식적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정부는 2023년 전산망 장애 이후 전국 주요 시스템에 단계적 이중화 적용을 약속했으나, 올해 5559억원 규모에서 DR(재해복구) 시스템 예산은 0.5%(30억원)에 불과했다. 실시간 데이터 이중화(액티브-액티브) 방식은 24억원이 전부였으며, 실제로 시범 사업 이후 2026년부터 본격 투자한다는 방침 아래 각 부처의 DR 예산 편성도 막아온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도 이중화 예산은 소극적으로 반영됐다. 내년도 대전센터와 공주센터 이중화 예산 요청액 75억6000만원 중 확정된 금액은 29억5000만원에 그쳤다. 이중화 사업이 완전히 추진될 경우, 전체 예산은 1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지만, 정부 차원의 예산·법제도 정비가 늦어지는 실정이다. 최근 국무회의를 통해 복구 비용 1521억원이 예비비로 편성됐으나, 이는 서버·스토리지 구매와 인력 복구, 시설 보강 중심으로 배분될 예정이다.
정부는 국가정보자원 인프라의 회복과 동시에, 대통령실 산하 'AI 정부 인프라 거버넌스 혁신 TF' 등 민관 협력을 통한 거버넌스 재설계와 민간 클라우드 활용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IT 인프라 안전관리와 재해복구 체계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계는 실제적 이중화 예산 확보와 규정 이행, 시스템 관리 구조 혁신을 요구하며, 이번 화재가 국가정보시스템 운용 패러다임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