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첫 내각, 64년만의 민간 국방장관”…대통령실, 11개 부처 세대교체→정치 지형 변화
이재명 대통령이 숨 가쁜 국제정세와 경제 위기가 교차하는 6월의 한가운데, 첫 내각 인선을 단행했다. 국방·외교·통일 등 국가 중추를 이끄는 11개 부처의 수장 후보자 명단이 드러나며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과 함께 뚜렷한 실용주의의 색채가 덧입혀졌다. 오랜 관행도 뒤집혀, 1961년 5·16 쿠데타 이래 처음으로 민간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할 가능성이 현실이 됐다.
이날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국정 철학에 부합하는 적임자들로 엄선했다”며 인선의 배경을 밝혔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지목됐다. 안 후보자는 국방위원회 간사와 위원장 등 국회에서 줄곧 군 문제를 다룬 5선 의원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와 시민 통제 강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풀 핵심 인물로 소개됐다.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는 남북관계 대화와 평화의 전선을 꾸준히 강조해온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이름을 올렸고, 외교부 수장은 조현 전 외교부 1·2차관이 맡게 됐다. 조 후보자는 관세 협상과 중동 지역 문제에 특화된 전통의 ‘직업 외교관’으로, 양자·다자 무대 모두를 넘나든 경험이 강점으로 꼽힌다.

신기술을 향한 담대한 변화도 눈길을 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내정됐다. AI 개발 현장과 산업계에서 초거대 AI 모델로 돌풍을 일으키고, 은탑산업훈장도 수상해 온 배 후보자 영입을 두고 대통령실은 “AI 3대 강국을 향한 핵심 엔진이 될 것”이라 정의했다. 국가보훈부 수장은 경북 안동 3선 출신의 권오을 전 한나라당 의원이 맡는다. 강훈식 실장은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라는 새로운 보훈 패러다임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사회적 약자 권익, 미래전략 등 당면 과제별 전문성도 균형 있게 선보였다. 환경부 장관엔 기후 현안에 꾸준히 앞장선 3선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성가족부 장관엔 사회 약자 대변에 힘써온 강선우 의원이 각각 발탁됐다. 해양수산부 수장은 부산을 기반으로 북극항로 개척에 나선 전재수 의원이 지명되며, 중소벤처기업부는 라인·네이버 웹툰 등 혁신 경험의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가 이끈다.
전국 노동 현장과 소통해온 김영훈 한국철도공사 기관사, 즉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인사도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파격 지명됐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산업재해 감소, 노동자 권익을 높일 적임”이라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송미령 장관이 유임돼 안정과 변화의 이중 궤도가 포용됐다. 행정 총괄을 맡는 국무조정실장에는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이 발탁돼, 청와대 사회수석·국무조정실 1,2차장 경력 바탕으로 복합 위기 극복을 이끌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중동 분쟁 등 긴장과 경제 위기가 국경을 넘어 밀려들고 있다”며 “청문 절차가 신속히 진행돼 위기 대응에 속도를 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대통령실은 이들 인선을 통해 국익외교, 군 개혁, 과학기술 도약, 기후위기 대응 등 당면 미션을 분명히 부여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선은 지난 4일 취임 이후 한달도 안 돼 첫 내각 구성을 마무리하며,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위로 읽힌다. 다만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일부 경제부처 인사는 차기 인선으로 남겨, 뒷순위 발표가 예고됐다. 향후 청문 절차와 추가 내각 인선이 교차하며, 이재명 정부의 실용과 균형 인사 철학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게 될지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