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차기 일본 총리 역사 발언 주목”…한국 정부, 여론압박 속 대응 고심

허준호 기자
입력

한일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퇴임을 앞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9월 30일 부산을 찾아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자, 양국의 미래를 두고 외교적 긴장이 증폭됐다. 일본 차기 총리가 역사 문제를 둘러싼 강경 행보에 나설 경우, 한국 정부가 내외부 여론의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일본 언론의 비관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0월 1일, 이시바 총리의 갑작스러운 방한은 "이시바 정권 시기에 한일관계 토대를 공고히 해 두려는 양측의 일치된 생각이 작동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일본 방문 뒤 한 달 만에 이뤄진 역방문인 이번 회담에서, 이시바 총리는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은 정치가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하며 “역사와 마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과거 유엔 총회 연설을 상기시켰다. 신문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의 해당 입장에 대해 “생각이 같다”고 공감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0월 4일 열릴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의 유력 후보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은, 지난 8월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한 사실이 재차 부각됐다. 아사히신문은 "차기 총리가 역사 문제로 한국을 자극하는 언행을 보일 경우 한국 정부는 국내 여론 탓에 곤란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며 한일관계 전망의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특히 다카이치 사나에 후보의 경우, 시마네현이 주최하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고위급 대신 파견을 주장하는 등 강경 보수색이 강해, 전문가들은 총리 취임 시 한일관계 악화 가능성에 우려를 표한다. 요미우리신문도 “셔틀 외교가 재개된 것은 의미 있으나 순항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신중론을 피력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여론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이재명 대통령 지지층은 역사 문제에서 일본측의 실질적 변화가 없을 경우 불만 표출에 나설 것이란 분위기다. 이러는 사이, 일본 새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쟁점 행보에 나선다면, 정부 대응이 복잡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정권 이행기에 무리한 약속은 삼가되, 성과 확인 성격의 상호 방문은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또 “한미일 3국 협력 기조를 흔들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은 자민당 총재 선거 이후 일본 정부의 행보와 국내 여론의 방향에 따라 한일관계가 또다시 격랑에 들어설지 주목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새 일본 내각과의 실무교섭 준비를 이어가면서도, 내부 여론을 감안한 전략적 대응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허준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이시바사게루#이재명#다카이치사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