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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무기 보유 인정한다”…트럼프, 북미 정상회담 강력 신호에 공 넘긴 북한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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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를 둘러싼 외교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방문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직접 만남 의사를 강하게 드러내며 북미 간 지형이 급변했다. 미국의 적극적 메시지에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오는 29일까지 외교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순방에 나서며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기자들이 만남 여부를 묻자 "그렇게 하고 싶다. 그(김 위원장)는 우리가 그쪽으로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용기 내 간담회에선 "나는 그들(북한)이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들이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나는 그 점을 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북한의 핵능력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이른바 '현실 인정'을 기초로 평행선만 달려왔던 북미 대화에 변곡점이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측이 김정은 위원장 측에 이미 "만나고 싶다"는 의중을 직접 전달했으며, 비공개 채널을 통한 추가 접촉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미국을 겨냥한 직접적인 비난이나 추가 도발 없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 22일 탄도미사일 발사 등 주요 이벤트에서도 미국에 대한 위협 수위를 의도적으로 조절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9월 21일 연설 이후 메시지를 매우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면서 "최근 북한이 판문점 북측 시설의 미화 작업에도 나섰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관가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미 모두의 입장을 저울질하며, 대화에 나설 실익을 정밀하게 계산하는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가 보낸 메시지의 실질적 내용이 대화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북한의 새로운 전략적 지위에 상응하는 유인이 없다면 당장은 북중·북러 협력 노선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은 2018~2019년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 때와 상이한 국제정세 속에서 핵보유의 불가역성을 재차 천명한 상태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은 러시아 전사자 추모관 착공식에서 "북러 관계는 절대로 역전돼서는 안 될 시대의 지향"이라고 언급, 중국·러시아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미 대화 테이블 성사는 이전보다 더 높은 진입장벽에 직면했다.

 

외교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29일 방한 시점까지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 고위급의 메시지로 입장을 표명할지 주목하고 있다. 2019년 6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제안'에 북한이 신속히 화답,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이 성사된 바 있다.

 

이날 국무회의와 정동영 장관의 발언, 북미 양측의 메시지 관리가 교차하는 가운데, 미국과 북한은 물론 중국·러시아가 복잡하게 얽힌 현재의 한반도 지정학적 환경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에 전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직접 반응을 주시하면서 대화 재개를 위한 추가적인 유인책도 검토할 방침이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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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북미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