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00번 지진 알림”…일본 흔들릴수록, 우리의 감정도 달라진다
요즘 일본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연달아 들려온다. 멀리 떨어진 이야기 같지만, 알림을 받을 때마다 마음 한 켠이 묘하게 일렁인다. 수십 년 전만 해도 해외 자연재해 소식은 막연하게만 느껴졌지만, 이제는 ‘어쩌면 언젠가 우리도…’ 하는 생각에 잠시 멈칫한다.
지난 3일, 일본 가고시마현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또 다시 감지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진원의 깊이는 10km로 분석됐으며, 국내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지진 역시 일본기상청(JMA)의 분석 결과에 따른 것이다. 최근 열흘 새 일본에서만 800회가 넘는 지진이 기록되며, SNS에는 ‘오늘도 지진 알림’ 인증글이 올라온다. 다양한 커뮤니티에는 “혹시나 한반도에도 영향이 있을까?”, “뉴스만 보면 괜히 마음이 무거워진다”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지진의 빈도와 크기가 꾸준히 높아지며 일본에서는 또 한 번 ‘대지진설’이 번지고, 한반도 역시 자연의 불확실성에 예민해진 모습이다. 소방방재청 통계에 따르면 실제로 2020년대 들어 우리나라 국민의 38%가 ‘재난 알림’에 대해 더 자주 관심을 두게 됐다고 답했다. 아직까지 국내엔 영향이 없다는 안내가 나오고 있지만, 자연스레 ‘나와 가족, 친구들의 안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지진·재난 심리를 연구해온 김도연 심리학자는 “반복되는 자연재해 뉴스는 심리적인 ‘거리 두기’와 동시에 공감의 간격도 넓혀놓는다. 한편으로는 더욱 자기 일상에 집중하거나, 안전에 대한 감각을 새롭게 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불안과 적응은 일상에서 함께 굴러가는 감정임을 시사한다.
온라인상에서는 “불안해해도 달라질 건 없으니, 오늘 하루라도 소중하게 살자”는 목소리와 함께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주변의 안전부터 다시 챙기게 된다”는 글이 이어진다. 작은 걱정이 곧 행동의 변화가 되고, 일상의 루틴에도 미묘한 균열을 남긴다.
‘지진은 남의 나라 일’이라 믿었던 평범한 하루가, 어느 순간 우리 모두의 방심에 흔들림을 남기고 있다. 수많은 알림과 무심코 넘겼던 자연재해 뉴스 속에서, 우리는 조금 더 신중하게 나와 타인의 삶을 돌아보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