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1초만에 암세포 제거”…삼성서울, 플래시 양성자 치료 기반 마련
IT/바이오

“1초만에 암세포 제거”…삼성서울, 플래시 양성자 치료 기반 마련

송다인 기자
입력

1초 만에 암 조직을 정밀 타격하는 ‘플래시’(FLASH) 양성자 치료 기술이 국내 의료진 연구로 임상 실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2024년부터 일본 스미토모와의 공동 연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내 의료 현장에서도 고속 고선량 방사선 측정이 가능하다는 기초 기술적 성과가 공개돼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업계는 이 방식이 “암 정복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삼성서울병원은 12일, 1초 미만 찰나에 40 그레이(Gy/s) 이상의 방사선을 조사하는 차세대 암 치료법 ‘플래시(FLASH)’ 연구에서 핵심 기반 기술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플래시 치료는 암세포만 선별적으로 공격하면서, 건강 세포 손상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점에서 기존 방사선 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주목받는다. 현재 세계적으로는 초기 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는 기술이다.

조성구 교수(방사선종양학과), 신희순 박사(삼성융합의과학원) 연구팀은 최신 논문에서 국내 병원에서 널리 활용하는 기존 방사선량 측정 기기(이온화 전리함, 필름)를 활용해 초고속 플래시 환경에서도 선량과 위치를 0.4㎜ 오차 이내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고가의 특수 장비 없이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기존 플래시 치료는 측정 장비 특성상 연구 장벽이 높았으나, 이번 연구는 40~70Gy/s 수준에서도 측정값이 맞아떨어지는 보정 계수를 발견함으로써 정량적 신뢰도를 높였다. 그 결과 방사선 도달 위치 역시 기존 오차 기준(1㎜)보다 훨씬 정밀한 0.4㎜ 수준으로 실제 암세포 위치 타격에 그대로 응용 가능함이 검증됐다.

 

양성자 치료는 ‘브래그 피크’라는 물리 현상을 이용, 암세포가 위치한 지점에서만 강한 에너지를 방출한다. 플래시 기술은 이 원리를 1초 미만의 시간 내 적용해, 치료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특히 플래시 환경에서도 기존 측정 장비로 실질적 치료 정확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병원 적용 문턱이 낮아졌다는 평가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직 플래시 치료가 동물실험, 초기 임상 단계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고속 선량 평가 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어서, 이번 연구의 정밀 측정법은 해외 기관과의 기술 협력·진입에도 활용 가치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암 치료 분야는 선량 정확성과 환자 안전성을 동시에 요구하기 때문에 제도적 안전장치와 의료윤리 검증이 필수다. 이번 연구는 한국원자력학회 공식 학술지에서 동료 평가를 마쳤으며, 후속 임상 연구와 치료 안전성 입증을 거쳐 식약처 등 국내 규제기관의 인증 절차가 이어질 예정이다.

 

조성구 교수는 “플래시 기술은 방사선 치료 새 가능성을 여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 평했다. 산업계는 향후 임상 확대와 실제 암환자 적용 시 안전성과 효율성이 함께 검증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 기술 속도에 앞서 의료체계 전환, 환자 중심 임상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송다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삼성서울병원#플래시치료#양성자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