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양자 시뮬레이션 선도자”…졸러 피터 교수, 이휘소 상 수상 → 양자 연구 협력 가속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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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팅의 세계적 연구자인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학 졸러 피터 교수가 한국의 대표적 이론물리학자 이름을 딴 ‘이휘소 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는 15일, 이 상을 졸러 교수에게 수여한다고 밝혔다. APCTP와 한국물리학회가 2012년 제정한 이 상은, 양자 연구를 비롯한 이론물리 분야의 뛰어난 성과를 기리는 권위 있는 국제상으로 매년 한국물리학회 추계 대회에서 시상과 기조 강연이 이어진다.

 

졸러 교수는 양자광학과 양자 정보과학 부문에서 세계적 리더로, 이온트랩(전하를 띤 원자·이온을 전자기장으로 가둬 양자 상태를 조작하는 기술)을 첫 양자비트 구현 플랫폼으로 제안해 양자컴퓨터의 이론적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원자를 빛의 격자에 배열해 구현하는 ‘광격자’를 이용한 양자 시뮬레이션, 장거리 양자 얽힘 분배를 통한 양자 인터넷 모델 등을 주도적으로 내놓으며 현대 양자컴퓨팅과 통신 전체의 이론적 체계를 이끌어 왔다. 이같은 연구는 물리적 한계에 부딪혀 온 기존 전자식 컴퓨터의 속도, 효율을 극한까지 끌어올릴 새로운 계산·통신 패러다임으로, 산업·과학계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양자컴퓨팅은 초고속 의료 데이터 분석·신약 탐색, 보안 통신, 기후 예측 분야 등에 파급력이 확대되며, 활용 시장에서 IT·바이오, 물리, 정보통신 각 산업의 ‘변곡점’으로 꼽힌다. 졸러 교수의 연구는 기존 반도체 기반 정보처리 방식이 가진 미세화·발열 등 기술적 제약을 극복하게 해줄 ‘양자우위’ 달성의 핵심 이론으로 자리잡고 있다. 업계는 미국 구글·IBM, 유럽 파스칼 등 글로벌 선도 기업들도 그의 이론을 실증에 적용하며 양자 경쟁을 본격화했다고 분석한다.

 

이번 상을 계기로, APCTP는 16~17일 포스텍에서 졸러 교수의 특별 강연을 열어 양자정보 기술의 최근 진전을 조망하고, 대규모 얽힘 상태 등 차세대 연구 난제에 대한 토론·지도 시간을 마련한다. 시상식은 2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 물리학회 추계대회에서 열리며 졸러 교수의 ‘원자·이온 기반 양자 시뮬레이션’ 기조 강연도 진행된다.

 

양자 연구의 국제적 교류 기반을 넓히는 이 학술상은 한국 이론물리학의 상징인 고 이휘소 박사의 업적을 이어가며, 세계 석학과 국내 과학자 간 협력 채널로 평가받고 있다. 사사키 APCTP 소장은 “이휘소 상이 아시아태평양권 학술 교류의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위상을 지속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 역시 “글로벌 양자 경쟁이 치열해지는 국면에서 졸러 교수의 수상이 국내 연구 협력과 기술 도약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양자 연구 발전에 대한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한편 1935년생인 이휘소 박사는 한국 출신 세계적 소립자 이론물리학자로, 게이지 이론의 재규격화와 참(Charm) 입자 탐색 이론 등 혁신 연구로 1만 3천 회 이상 학계 인용을 기록했다. 2006년에는 한국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으며, 그의 업적은 이후 노벨상 수상자 10명에 영향을 미쳤다. 산업계는 이번 국제 석학과의 지식 교류가 미래 양자과학, IT·바이오 융합분야에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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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러피터#이휘소상#apct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