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아동 정신질환 위험 1.3배”…15년 추적, 구조적 격차 밝혀져
북한이탈 아동·청소년의 정신질환 발병 위험이 국내 아동·청소년보다 1.3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홍민하 교수 연구팀은 최근 15년에 걸친 전국 단위 코호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증,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등 주요 정신질환에서 북한이탈 아동·청소년 집단의 발병률이 국내 집단에 비해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JAMA 네트워크 오픈 5월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 빅데이터를 활용해 2007~2010년 북한이탈 아동·청소년 1618명과 국내 아동·청소년 30만8000여 명을 성별과 연령 기준으로 1대 10 비율로 매칭해 두 집단의 정신질환 발생을 15년간 추적했다. 성별·연령·소득 차이를 보정한 다변량 분석에서도 북한이탈 아동·청소년의 PTSD, ADHD, 주요우울장애(MDD), 양극성장애, 불안장애 등 다수 정신질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발병 위험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번 결과의 의의는 환경적 요인이 정신질환 발생에 미치는 초기뿐 아니라 청소년기에서 성인 초기까지 장기적으로 위험 격차가 지속된다는 점에 있다. 동일 민족·언어 집단 간 비교를 바탕으로, 이주 이후 겪게 되는 사회·정치적 환경 변화가 정신건강에 장기적 영향을 남길 수 있음을 객관적으로 실증한 국내 첫 대규모 데이터 기반 분석이라는 전문가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구조적인 위험 요인이 지속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은 단기적 의료 지원이나 일회성 적응 지원만으로는 북한이탈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격차 해소가 어렵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업계에서는 관련 정책 수립 시 장기적 심리지원과 환경 통합적 접근이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성인 북한이탈주민 분석에서 국내 일반 성인 대비 정신질환 위험도가 2.1배 높다는 결과에 이어, 아동·청소년 집단에서도 유사한 취약성이 시간 흐름에 따라 일관되게 나타난 점이 특징적이다. 홍민하 교수는 “북한이탈 아동·청소년은 언어·문화를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성장 배경의 사회·정치적 차이가 누적된 취약성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며, “이주 경험이 있는 아동·청소년을 위한 체계적 의료·교육지원 정책 수립의 과학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적으로도 난민·이주 집단의 정신건강 격차에 관한 근거 기반 접근의 필요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자료 기반 정량적 분석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학문적·정책적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와 보건의료계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북한이탈 및 다문화 가정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 전환이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