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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원유 재고 132만 배럴 증가”…유가, 지정학 여진 속 추가 하락세 경계
경제

“미 원유 재고 132만 배럴 증가”…유가, 지정학 여진 속 추가 하락세 경계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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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발표가 시장의 예상을 정면으로 벗어난 하루, 국제유가는 다시금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46달러 떨어진 61.5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날 글로벌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 7월물 역시 0.47달러 하락한 64.91달러에 거래를 끝맺었다. 

 

장 초반에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어둡게 드리웠다. 미국 정보당국이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타격 준비설을 내놓으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했다. UBS의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 역시 “이란이 하루 150만 배럴 넘는 원유를 수출 중인 만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유가를 끌어올릴 소지가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사진: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원유 저장 시설 / 연합뉴스
사진: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원유 저장 시설 / 연합뉴스

그러나 시장의 기대를 꺾은 것은 날카로운 ‘공급’의 수치였다. 5월 16일로 끝난 1주간 미국 원유 재고는 오히려 132만8천 배럴 증가했다. 전문가들이 185만 배럴 감소를 예상했던 것과는 방향이 달랐다. 드라이빙 시즌을 앞둔 미국에서는 예년 연료 수요 증가로 재고가 줄어드는 현상이 일반적이나, 올해는 오히려 휘발유 재고마저 81만6천 배럴 늘었다.  

 

낮게 드리운 실망감은 오후 들어 미국 20년물 국채 입찰 부진 소식과 함께 또렷해졌다. 기대를 밑돈 채권 수요로 미국 장기금리가 뛰면서, 원유 등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더 약해졌다는 평가다.  

 

시장 흐름에 결정적 불확실성을 더하는 것은 여전히 중동의 불안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보복 봉쇄에 나설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산유국들의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 리스타드에너지의 프리야 왈리아 애널리스트는 “중동 긴장이 현실화될 경우 하루 50만 배럴 공급 차질이 가능하나, OPEC+가 능동적 대응 카드를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공급 측 부담이 겹쳤다. 최근 카자흐스탄이 5월 산유량을 전월보다 2% 늘리면서, OPEC+가 견지해온 감산 기조와 어긋나는 모습이 추가적인 유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장의 경계가 더욱 깊어졌다.  

 

유가는 지금, 지정학적 불안과 수급 지표, 그리고 금리의 흐름이라는 복합적 트릴레마 앞에 선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향후 미국의 재고 변화와 중동 정세, 그리고 OPEC+의 정책 시그널에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가올 에너지 시장의 파동은, 소비자의 주유비와 기업의 산업원가, 그리고 투자자의 상품 포트폴리오에 직간접적으로 번져 나갈 전망이다. 여름철 ‘운전 시즌’과 더불어 중동 정세, 주요 산유국들의 결정이 언제 또 다른 풍경을 펼쳐 보일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한층 긴장감 있는 시간으로 진입하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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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원유재고#wti#중동지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