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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전망과 홍게 한 접시”…추석 맞아 찾는 동해 묵호의 새로운 풍경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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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해의 작은 항구 마을, 묵호를 찾아가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한적한 어촌이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도째비골과 논골담길을 걸으며 일상의 감성을 소환하는 여행지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번 추석 시즌, 묵호와 도째비골은 특별한 바다 풍경을 찾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됐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테마공원에서 시작된 여정은 하늘을 걷는 듯한 스릴과 함께 색다른 기억을 남긴다. 골목골목 벽화가 살아 숨 쉬는 논골담길에서는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의 모습이 가득하다. 누군가는 “바람 한 점에도 이야기가 묻어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묵호등대
묵호등대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동해안권 관광진흥협의회 발표에 따르면, 주요 명절 연휴마다 이 일대를 찾는 가족 단위 여행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젊은 세대는 감성을, 어른들은 추억을, 아이들은 새로운 신비로움을 느낀다는 반응이다. 묵호항과 등대, 해랑전망대에서 펼쳐진 바다 풍경과 등대 위에서 내려다보는 잔잔한 마을 풍경은 “도시의 번잡함을 잠시 잊게 만든다”고 고백하는 여행자가 많았다.

 

낮의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허기가 찾아온다. 요즘은 현지에서 잡은 홍게 한 접시로 여행의 마무리를 즐긴다는 이들도 늘었다. 직접 묵호를 찾지 못해도, 박달홍게를 온라인으로 집에서 즐기는 흐름 역시 뚜렷하다. “게살을 한 입 베어무는 순간, 동해 바다의 내음이 그대로 느껴진다”며 만족감을 전하는 후기들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트렌드를 단순한 ‘명소 방문’이 아니라, 계절과 공간의 감성을 집까지 가져가는 현대 여행의 진화로 해석한다. 한 여행 칼럼니스트는 “이제 사람들은 풍경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맛과 이야기를 곁들여 오래 곁에 두려 한다”고 분석했다. 집밥 한 끼에 묵호의 홍게를 더해, ‘여행의 잔상’을 일상 속으로 녹여내는 새로운 방식이다.

 

SNS와 가족 단톡방에는 바다 사진, 벽화 골목의 셀카, 그리고 도톰하게 손질된 박달홍게 사진이 가득하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젠 여행지가 아니라, 추억이 한 접시 차려진 기분”, “온라인 주문으로도 충분히 힐링된다”는 목소리가 공감대를 형성한다.

 

작고 사소한 한 끼지만, 그 안엔 여행의 여운과 바다의 감성이 머문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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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도째비골#박달홍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