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쇄신 앞에 쪼개진 목소리”…송언석·김용태 대립→개혁 올가미에 묶인 지도부
치열한 대선 패배의 그림자가 국민의힘 지도부에 깊은 고민을 던졌다. 송언석 원내대표가 혁신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며 조직적 개혁을 제안한 반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원 여론조사를 통해 민심을 직접 확인하자며 자신의 개혁안을 앞세웠다. 계파 간 의견 충돌이 심화되는 가운데, 속도와 절차, 민주주의 가치 사이에서 당내 논란의 온도가 높아지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이틀 동안 국회에서 초·재선 의원을 비롯해 3선 및 4선 이상 중진들과 연달아 간담회를 열며 혁신 의제를 숙의했다. 그는 혁신위 구성을 통해 김용태 위원장이 공개한 개혁안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해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개혁은 속도보다도 정체성과 절차가 더 중요하다”며 송 원내대표의 입장을 뒷받침했고, 곽규택 의원은 “의원들의 공감이 송 원내대표 쪽에 쏠려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원 여론에 다이렉트로 호소하는 김용태 위원장의 자세도 분명하다. 그는 “원내대표가 혁신 의지가 있다면 즉시 개혁안을 실행하면 되지, 혁신위에 공을 넘기는 것은 공전”이라고 지적하며, “당원 여론조사는 당원 민주주의의 핵심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동조하는 조경태 의원과 신지호 전 전략기획부총장은 김 위원장이 마련한 개혁안의 존중과 혁신위의 의미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신지호 전 부총장은 “혁신위는 혁신 뭉개기 위원회가 될 수 있다”며 김 위원장 주장에 힘을 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송언석 원내대표의 선택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당헌상 혁신위 구성 권한이 곧 김용태 위원장에게 있다는 점에서 송 원내대표는 지도부 간 담판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또한 김 위원장 임기 만료 후 대표 권한대행 체제가 시작되면, 혁신위 실질 구성을 통한 개혁 추진도 가능하지만, 이에 대한 친한계와 일부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도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고조된다.
혁신의 깃발을 쥔 국민의힘은 절차와 속도의 교차점에서 숨 가빴던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당 지도부는 전당대회 개최 시점과 혁신위 설치 등 중대 결단을 앞두고 다양한 정치적 셈법을 풀어가야 하기에, 전국 단위의 여론 역시 예민하게 출렁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결국 지도부 논의를 거쳐 당원과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혁신 방안을 마련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