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충돌 여진에 국제 유가 출렁”…중동 긴장 고조, 브렌트유·WTI 강세→글로벌 시장 불안감 가중
어스름한 중동의 저녁, 이란과 이스라엘의 검은 연기가 시장 구름 위로 길게 드리우며 세계경제를 잠시 숨죽이게 만들었다. 2025년 6월 16일, 국제 유가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중동의 지경을 따라 동요했고, 그 파장은 전 세계 금융시장의 표면 위에 촘촘히 전해졌다. 전운이 감도는 사막의 열기 사이로, 투자자들의 신경은 예민하게 곤두섰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이 배럴당 73.47달러(0.67%↑), 브렌트유 8월물이 74.57달러(0.46%↑)에 거래됐다고 전한다. 장 초반 5~6%대 상승으로 출발했으나, 저녁 무렵에는 오름폭이 크게 축소됐다. 이변의 시초는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에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반격했고, 가스전과 정유소의 멈춘 기계음 속에서 에너지의 맥동이 한때 끊겼다. 특히 사우스파르스 14광구와 테헤란 외곽의 시설 여러 곳이 드론 공격으로 생산을 중단했다. 이란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세 번째 산유국임을 감안하면, 그 여진이 단순히 국경을 넘어 세계 에너지 지도를 흔들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란이 원유 수송의 생명줄인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봉쇄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JP모건은 확전 시 원유 가격이 130달러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진단했으며, 골드만삭스 역시 100달러 돌파를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3분기 브렌트유 전망치를 67.5달러로 10달러 올려 잡으며 변동성 확대에 무게를 실었다.
이 돌발적 교란 속에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도 요동쳤다. 장중 온스당 3,451.31달러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3,416달러로 주저앉았다. 올해 금 시세는 이미 30%가량 올랐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4.434%로 소폭 올랐고, 주식시장은 혼돈을 헤치며 겨우 강보합권에 안착했다. 나스닥, S&P500, 다우존스30 선물 모두 상승세로 돌아섰다.
아시아 증시 또한 바람의 방향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본 니케이225는 1.26%의 건강한 오름세, 한국 코스피 1.80% 상승, 중국과 홍콩, 대만 증시도 대체로 견고한 흐름을 이어갔다. 달러인덱스는 약보합세로 돌아섰으나, 숨겨진 긴장은 쉬 사그라지지 않는다.
팀 워터러 KCM트레이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중동 충돌이 전면 확전보다는 억제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나 국제 자원 공급망의 위태로운 줄다리기 아래, 투자자들은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의 운명과 원유 흐름에 넋을 놓지 못하는 형국이다.
국제사회는 아직 아슬아슬한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경제의 펄떡이는 맥박은 중동에서 시작된 작은 돌멩이가 전 지구적 파동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글로벌 원유·자원 공급 리스크는 물론,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 역시 에너지·거시경제 연쇄 변화에 유의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