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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윤캠프 이력 거론”…윤상현, 공관위 회의서 공천 지지 정황 노출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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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부부 공천개입’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회의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윤상현 의원이 위원장 자격으로 김영선 전 의원의 ‘윤석열 캠프’ 경력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공천 지지 분위기를 조성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특검팀이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정황도 구체적으로 포착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한 전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2년 5월 10일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윤상현 의원은 “창원 지역은 여성을 우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더불어민주당 김지수 후보가 여성인 상황에서 선거 전략상 국민의힘도 여성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 윤 의원은 “김영선 전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공헌한 바가 있다”고 밝히며, 김 전 의원의 ‘윤석열 캠프’ 이력이 평가 대상으로 올랐다. 회의에서는 각 공관위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토론이 이뤄졌고, 8명의 예비후보 중 여성은 김영선 전 의원이 유일했다.

9인의 공관위원이 참여한 이날 회의는 김종양 전 의원과 김영선 전 의원을 최종 결선 후보로 좁히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경선을 치르기엔 일정이 촉박하다는 의견에 따라 단수공천이 결정됐고, 내부 투표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과반 득표로 국민의힘 후보로 낙점됐다. 회의록에는 구체적 득표 수치는 명시되지 않았다. 다만 윤상현 의원이 위원장 지위를 사용하거나 특정 후보 공천을 강요한 구체적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윤상현 의원은 올해 7월 특검팀 소환조사에서 “공천은 위원회 투표로 결정됐으며, 윤 전 대통령의 의중을 관철하려 한 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친박계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해 개인적으로 공천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도 했다.

 

한편,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의 녹취 기록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사실상 주문한 발언도 나와 있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9일 명 씨에게 “김영선이가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 좀 해줘라. 말이 많네, 당에서. 상현이한테 한 번 더 이야기하겠다.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도 김영선 전 의원 공천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을 파악했다. 김 여사는 별도의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했다는 의혹 끝에 지난 8월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명 씨에게 대선을 앞두고 2억7천만원에 달하는 여론조사 무상 수령 대가로, 김 전 의원에게 공천 혜택을 준 것이 주요 범죄사실로 포함됐다. 특검 결론은 윤 전 대통령이 윤상현 의원에게 공천 지시를 전달해 김 여사의 의중이 관철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상현 의원은 공범으로 기소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이날 국회는 윤석열 부부 개입 의혹과 관련한 수사 및 공천 절차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정치권의 진실공방이 장기전 양상으로 번지며, 향후 총선 공천 시스템·정치관계법 전면 개정 논의로도 확장될 전망이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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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김영선#윤석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