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각형 성과”…식약처, WHO 전기능 등재로 글로벌 규제 리더 도약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 및 백신 분야 규제기관으로서 국제적 위상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국내 식약처는 8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운영하는 '우수규제기관 목록(WHO Listed Authority·WLA)’에 약물감시부터 시장감시까지 8가지 주요 기능 전 항목이 등재됐다고 밝혔다. 주요 기능에는 약물감시, 제조·수입업허가, 규제실사, 시험·검사, 임상시험, 국가출하승인, 품목허가, 시장감시 등이 포함된다. 업계는 이번 성과를 “의약품·백신 규제 전 영역에서의 국제 신뢰획득, K-바이오 위상 제고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WHO WLA 등재는 전 세계 각국의 규제기관 중 높은 수준의 규제 시스템과 업무 수행 역량을 갖춘 기구에만 부여된다. 기존의 SRA(Stringent Regulatory Authority) 국가목록을 대체한 기준으로, 해당 인증을 받은 국가는 자국 승인 의약품의 해외허가가 보다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 국내 식약처는 지난해 10월 최초로 이 목록에 오르며 국제 평가체계의 문턱을 넘어섰다. 올 2월 WHO 평가단의 실사와 온·오프라인 평가 절차를 거쳐, 미비점이었던 품목허가·임상시험 실태조사 등 추가 기능까지 모두 인정받았다. 특히, 국내와 WHO 평가 기준이 달랐던 심사·검토서, 임상시험 보고서 작성 절차를 지침 개정 등으로 적극 조율해낸 점이 기능 확대의 핵심으로 꼽힌다.

의약품·백신 산업에서 규제기관의 신뢰는 글로벌 시장 진출과 직결된다. K-의약품·백신 제조업체는 이번 WLA 전 기능 등재를 통해 품질·공급체계의 국제적 경쟁력을 다시 확인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약품 수출 시에도 추가 검증 및 행정 절차가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된다. 국내 식약처 외에 아직 이 모든 항목이 등재된 국가는 드물다.
국제적으로는 미국 FDA, 일본 PMDA 등 일부 선진국 규제기관이 WLA 및 SRA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대한민국 식약처의 ‘8각형' 전기능 등재는 세계 최초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됐다. WHO 관계자는 “2023년 의약품·백신 분야 모두에서 WLA 평가가 완료된 최초의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식약처는 WHO 글로벌 기준(GBT) 최고등급 획득, 필리핀·파라과이·이집트·에콰도르 등 각국 규제기관의 상호인정 참조기관에도 연이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규제 전문성을 글로벌 수준에 맞춰 인증받으면서 국내 의약품·백신 산업의 수출 촉진, K-바이오 신뢰도 제고, 해외 허가 절차 간소화 등 다양한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향후 의약품 규제시스템 빅데이터, 디지털 심사 인프라, 국제 임상평가 플랫폼 등의 연계에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WLA 전 기능 등재는 우리 정부와 산업의 규제 역량, 안전관리 체계가 국제적으로 확인된 중요한 이정표”라며 “높아진 신뢰도를 바탕으로 K-의약품과 백신의 해외 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WHO 전기능 등재를 디딤돌로, 실제 K-바이오 제품들이 글로벌 시장 확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산업, 제도 간의 균형점 확보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