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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채영, 마지막 10점 명중”…세계선수권 우승→첫 개인 금메달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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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채영, 마지막 10점 명중”…세계선수권 우승→첫 개인 금메달 쾌거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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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처럼 어려웠던 순간마다 마지막 화살이 갈 길을 비췄다. 광주 5·18 민주광장, 고요한 정적을 가르는 심장 소리와 함께 강채영이 세상의 무게를 껴안았다. 숨죽이던 관중의 시선 속에서, 강채영은 흔들림 없이 활시위를 당겼다. 운동화 끝에 스며든 땀방울과 떨리는 손끝까지 오롯이 집중된 한 발, 그 화살은 10점 한가운데를 꿰뚫었다. 금메달의 의미가 그렇게 깊게 아로새겨졌다.

 

2025 광주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여정은 마지막까지 치열했다. 강채영은 12일 세계양궁선수권 리커브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중국의 19세 신예 주징이와 맞섰다. 세트스코어 7-3(29-29 29-28 29-29 30-30 29-28), 한 발도 8점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집중력 싸움에서 강채영은 한 번도 리드를 허락하지 않았다. 마지막 세트, 10점 명중과 함께 정상 등극을 확정했다.

“7-3 승리로 금메달”…강채영, 세계양궁선수권 여자 개인전 정상 / 연합뉴스
“7-3 승리로 금메달”…강채영, 세계양궁선수권 여자 개인전 정상 / 연합뉴스

강채영에게 이 금메달은 각별한 의미였다. 과거 세계선수권에서는 단체전 및 혼성전에서만 3회의 우승을 기록했으나, 개인전 금메달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2019년 스헤르토헨보스에서의 준우승을 뛰어넘어 자신의 이름으로 이룬 첫 번째 세계선수권 정상. 특히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단체전 금메달 이후 국가대표 1군에서 4년 가까이 제외됐다가 올해 복귀해 이뤄낸 성과였다.

 

준결승도 드라마를 연출했다. 강채영은 동료 안산(광주은행)에게 1, 2세트 연속 내주며 위기에 몰렸으나 6-4(27-29 29-30 28-27 28-27 29-26)로 역전, 결승행을 이끌었다. 결승의 집중력은 한층 날카로웠다.

 

안산 역시 3위 결정전에서 디아난다 코이루니사(인도네시아)를 6-4(28-27 28-27 27-29 29-29 29-29)로 제압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서 안산은 혼성 단체전 은메달, 여자 단체전 동메달에 이어 개인전 메달까지 3관왕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파리 올림픽 3관왕 임시현(한국체대)은 아쉽게도 8강전에서 코이루니사에게 4-6(27-28 30-25 27-28 28-26 28-29)으로 패해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한국 리커브 대표팀은 남녀 단체전, 개인전, 혼성전에서 금 2개, 은 1개, 동 3개 등 메달 6개를 수확했다. 남자 개인전 김제덕(예천군청)의 동메달, 컴파운드 남자 개인전 최용희(현대제철)의 동메달까지 더하며 총 7개의 메달로 종합 순위 1위를 지켰다. 멕시코(금2·동1) 등을 제치고 국제무대 최강의 위엄을 보여줬다.

 

광주 현장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직접 찾아 강채영과 안산의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목소리 없는 환호, 눈빛으로 전하는 온기가 결승장에 번졌고,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진한 여운을 오래도록 나눴다.

 

다시 깨어난 활과 숨, 그리고 마음. 세계선수권에서 이름을 아로새긴 강채영과 태극 궁사들의 빛나는 기록은 스포츠가 전하는 용기와 위안을 남겼다. 2025 광주 세계양궁선수권대회의 결승과 메달 결정전, 그 뜨거운 장면들은 이날 현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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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채영#세계양궁선수권#안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