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체포 한국인 근로자 170명 ESTA 입국”…한정애, 美비자제도 실효성 비판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다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 다수가 무비자 입국제도인 '전자여행 허가(ESTA)'를 통해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국 비자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9월 12일 외교부 등 관계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지시간 4일 미국 당국에 체포됐던 한국인 317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70명이 ESTA 제도를 이용해 미국에 입국했다. 회사별로는 현대엔지니어링 협력사 직원 67명 중 60명, LG에너지솔루션 본사 직원 46명 중 24명이 ESTA 소지자였다. LG에너지솔루션 협력사 직원 역시 204명 중 86명이 ESTA로 입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자 유형별로 보면, ESTA 입국자 외에도 사업 및 관광 목적의 B1·B2 단기 비자를 보유한 한국인 근로자도 다수 포함됐다. 현대엔지니어링 직원 6명, LG에너지솔루션 본사와 협력사 직원 140명 등 총 146명이 B1·B2 비자를 소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ESTA는 비자 없이 미국 입국을 허용하는 무비자 프로그램이지만, 실질적인 노동 등 현지 근로를 위한 주재원 비자(L1, E2) 등은 별도로 필요하다.
한정애 의원은 “이번 대규모 단속은 우리 기업의 미국 내 투자 확대 현실을 미국 비자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장 건설 등 실제 현장 출장에 필요한 유연한 비자 발급 방안이 마련돼야 하며, 우리 기업과 국민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한국 기업의 대미투자가 계속 확대되는 상황에서 비자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노동과 출장의 경계에 놓인 현행 미국 비자 정책이 실제 투자 환경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편, 외교부는 유사 사태 재발 방지와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미국 측과 협의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국회 역시 대미 투자 기업의 합법적 근로 일정 보장을 위해 비자 제도 개선을 둘러싼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