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인간극장 이재숙·김인수, 100세 봄 캠핑카에 담긴 세월의 위로”→가족 여행길에서 흐른 눈물
엔터

“인간극장 이재숙·김인수, 100세 봄 캠핑카에 담긴 세월의 위로”→가족 여행길에서 흐른 눈물

이예림 기자
입력

벚꽃잎이 산들거리는 봄 아침, 경남 거제의 작은 집에서 이재숙과 김인수의 하루가 조용히 열렸다. 백 세 생신을 맞은 어머니 김인수와 일흔을 훌쩍 넘긴 딸 이재숙은 오랜 사랑과 인생의 굴곡을 주름진 손길에 담아왔다. 두 사람의 일상은 소소한 대화와 작은 손길에서 피어오르는 가족의 온기를 머금으며 시작됐다. 밝게 웃는 얼굴 뒤로 세월을 견디며 다진 삶의 내력, 그리고 숱한 굴곡 속에서도 끊이지 않는 애틋함이 잔잔하게 흘렀다.

 

김인수는 한때 부산 국제시장의 좌판에서 여섯 남매를 키웠던 살아 있는 역사의 주인공이었다. 남편과 아들을 가슴에 묻고, 뇌경색의 아픔까지 겪으면서도 딸과 손주를 버팀목 삼아 온 시간은 긴 어둠 뒤에 밝아오는 아침 같았다. 시간은 거동이 쉽지 않게 만들었지만, 여전히 손끝에 남은 온정으로 가족을 품었다. 딸 이재숙은 그런 어머니 곁을 묵묵히 지키며, 이따금 자신만의 시간을 찾아 삶의 터전을 다졌다. 일흔을 넘은 나이에 학사모를 쓴 날, 그리고 새로움에 도전하는 AI 강의까지. 변화와 배움 앞에 선 이재숙의 모습엔 세월의 무게와 어머니에게서 배운 강인함이 뚜렷했다.

꽃 따라 길 따라…‘인간극장’ 이재숙·김인수, 100세 여행→삶의 온기가 흐르다 / KBS
꽃 따라 길 따라…‘인간극장’ 이재숙·김인수, 100세 여행→삶의 온기가 흐르다 / KBS

침대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어머니를 바라보는 마음에는 깊은 아련함이 번졌다. 그러나 이재숙은 특별한 날, 백 세를 축하하는 잔치 대신 캠핑카 여행을 택했다. 모녀는 함께 운전석에 앉은 손자 조동현과 팔도의 봄바람을 맞았다. 오랜 시간 멀어진 가족의 품을 찾아 통영, 진천, 밀양을 돌며, 유년시절 추억이 고이는 국제시장을 다시 밟았다. 가족이 모인 자리마다 봄처럼 따스하고도 진한 감정이 번졌다.

 

여행지 곳곳, 두 사람은 웃음기도 그리움도 함께 맞이했다. 컴컴한 살림집에서 솜씨 좋은 손으로 이재숙이 차려낸 식사와, 어머니가 딸의 생일에 건네는 소박한 축복은 오랫동안 품어온 모녀의 사랑을 새삼 증명했다. 한날한시 손을 꼭 잡고 걸은 오일장 풍경, 모처럼 나선 식물원 길목엔 세대와 세월을 관통하는 가족의 정이 밴 듯했다. 잃은 것들에 대한 짙은 회한 대신, 남아 있는 순간의 감격과 애틋함이 삶을 한결 아리게 비췄다.

 

이정표 없는 세월의 길에서, 모녀는 서로를 붙잡아주는 존재였다. 이재숙과 김인수의 여행길에는 백 세 시대가 맞이한 가족의 의미, 그리고 지나온 시간과 마주하는 감동의 순간들이 담겼다. ‘인간극장’은 이들의 삶 속에서 묵묵히 버틴 존재의 의미, 사라짐과 떠남의 숙명, 그리고 헌신의 힘을 온기 어린 시선으로 비추며, 사랑이란 어떤 시대에도 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깊이 새기게 했다.

 

모녀의 손끝과 눈빛에는 희망과 회한, 때로는 눈물까지도 있었다.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품은 가족의 여정이, 새벽 햇살 아래서 보는 이의 마음 구석까지 비췄다. ‘인간극장–100세 엄마와 꽃 따라 길 따라’는 5월 29일 목요일 오전 7시 50분, 봄날의 감촉을 머금은 가족의 이야기를 전하며 안방에 감동을 전했다.

이예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이재숙#김인수#인간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