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아 대통령 칼 빼들다”…에콰도르 사법부·검찰계 전수조사 착수→범죄·부패 고리 끊나
삭막한 회색 거리에 안개처럼 증폭된 공포가 감도는 에콰도르 두란. 총을 든 군 장병들이 거리를 지키는 이 도시에서, 정부가 치안의 마지막 보루이자 사법의 신뢰 회복에 직접 나섰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긴장 속에서,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은 중대 결단을 내렸고, 사법계 전반에 투명성의 칼날을 겨눴다.
에콰도르 대통령실이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바에 따르면, 노보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내무부와 금융당국은 구속 취소, 석방 등 범죄자에게 자유를 허용해온 법관과 검사 전원을 대상으로 자산 증식 과정과 자금 이동 내역을 낱낱이 들여다보고 있다. 부동산부터 은행 계좌까지 가족·측근을 망라하는 철저한 조사다. 특히 반복적인 구속 취소로 악명 높던 사례들은 이미 대통령의 분노를 자아냈다. 한 피의자가 10차례나 재차 체포되는 모습, 석방된 납치범의 잔혹한 반향이 나라를 술렁이게 했다.

배경에는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인 페루와 콜롬비아 사이, 지리적으로 ‘범죄의 교차로’에 놓인 에콰도르의 암울한 현실이 있다. 수년 전부터 마약 카르텔이 확장했고, 수많은 갱단이 약 4만 명에 달하는 대오로 조직화됐다. 한때 강경 진압으로 잠시 치안이 회복되는 듯 보였으나, 부실한 사법시스템의 틈을 범죄조직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판사와 검사들이 뒷돈을 받고 범죄자를 석방한다는 설은 이제 의혹을 넘어 반복되는 사건이 되었고, 피해자들은 점점 더 끔찍한 결말을 맞고 있다.
이번 조치는 오랜 기간 제기돼 온 사법계 부패와 범죄 연계의 사슬을 끊기 위한 극약 처방이다. 정부는 자산의 증식 경위, 자금의 출처와 이동까지 엄정하게 파헤치겠다는 입장이다. 중범죄 혐의 피의자의 재차 석방으로 경찰력이 낭비되는 현실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결기 역시 짙게 묻어난다. 실제로 최근에는 중국인을 포함한 상인 4명이 납치된 뒤 석방 명령을 받은 피의자 무리가 결국 쇠사슬에 묶인 시신으로 발견되는 비극이 발생, 사회 전체가 분노에 휩싸이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시선도 무겁게 머무른다. 에콰도르가 마약 유통의 주 경로이자 카르텔 격전지로 전락한 것은 비단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이번 전수조사가 과연 사법 시스템 정상화와 치안 회복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한 관심이 높다. 라틴아메리카라는 지리적 특성상, 조직범죄와 부패의 고리가 단절될 때 비로소 인근 국가에도 긍정적 파급력이 기대된다.
노보아 정부는 부패 척결, 범죄자와의 전면전을 선언하며 국민적 신뢰를 되찾으려 한다. 사법 내부의 어둠을 걷어내는 이 과정이 진정한 법치와 정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에콰도르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눈빛이 한층 더 예민하게 두란의 군 장병과 법정 문턱을 응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