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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속 전국대회 제패”…비웨사, 굳은 의지로 100m 질주→개인 2관왕 쾌거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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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깎은 머리카락에 이글거리는 눈빛이 번뜩였다. 부상과 재활의 시간을 온몸으로 버텨내던 비웨사가 결승선을 먼저 밟던 순간, 관중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감격의 미소를 머금은 채 오른 손을 높이 든 그의 모습은, 한국 남자 단거리 육상에 또 한 번 새로운 서사가 쓰이길 바라는 많은 이들의 바람을 담아냈다.

 

22일 강원 정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79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는 10초38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안산시청 소속으로 실업 무대 2년 차를 맞은 그는, 올해 6월 초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제패에 이어 두 번째 전국대회 금메달을 획득했다.

“2연속 전국대회 제패”…비웨사, 전국육상선수권 100m→개인 2관왕 등극 / 연합뉴스
“2연속 전국대회 제패”…비웨사, 전국육상선수권 100m→개인 2관왕 등극 / 연합뉴스

출발 신호는 다소 무거웠으나, 레이스 중반부부터 비웨사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강력한 스퍼트를 앞세워 선두로 치고 나서며, 김정윤(10초42), 박원진(10초47)의 추격을 따돌렸다. 순위 싸움도 치열했다. 박원진과 이창수는 단 0.003초의 간발의 차이로 3위 자리를 다툼하며, 결승 라인에서는 보는 이들의 심장을 조여왔다.

 

무엇보다 비웨사의 뚜렷한 성장세는 부상과 재활의 긴 고비를 이겨낸 이후 본격적으로 가파른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허벅지와 발목을 번갈아 다치며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쉬지 않는 재활에 몰두했지만, 이 시간을 딛고 그는 빠른 복귀와 놀라운 경기력으로 한국 육상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달 KBS배에서 세운 개인 최고 기록 10초29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안정된 페이스로 정상에 우뚝 섰다.

 

결승 직후 비웨사는 "다시 트랙 위에서 1위에 서게 돼 기쁘다. 힘겨웠던 재활의 시간들이 떠오른다. 앞으로 더 좋은 기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자신을 지켜봐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관중들 역시 성장통을 딛고 돌아온 그의 질주에 큰 박수와 격려를 보냈다.

 

콩고 출신 부모 아래 부산에서 태어나, 중학교 3학년 때 귀화를 택하고 원곡고에 진학하며 비웨사는 스스로 '한국인 단거리 선수'로서의 자부심을 키워왔다. 빠른 성장과 꾸준한 성과로, 지금은 단거리 육상계의 새로운 희망으로 우뚝 서 있다.

 

전국육상선수권대회의 막이 내린 뒤 그의 목에는 두 번째 금메달이 걸렸다. 비웨사가 만들어내는 서사는 단순한 승부 너머에 있다. 긴 부상과 치열한 재활을 이겨낸 지난 시간이 있었기에, 이번 연속 우승은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가 앞으로 내셔널 대회는 물론 국제 무대까지 발을 넓혀 나가길 바라는 이들의 기대가 날로 커지고 있다.

 

뜨거운 트랙 한가운데서 맞이한 환호성은, 긴장과 환희를 오가는 육상 선수의 하루를 잔잔히 비친다. 경기장은 축하와 희망,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는 여운으로 물들었다. 제79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의 모든 기록은 6월 22일 정선에서의 순간에 살아 숨 쉬었고, 비웨사의 우승이 남긴 감동은 오래도록 이어질 전망이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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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웨사#전국육상선수권#남자10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