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스라엘·이란 충돌, 뉴욕증시 심장에 불안 직격탄”…다우 1.8% 급락→원유·금값 동반 폭등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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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밤하늘 위로, 돌연히 흐르는 불안의 공기가 월가의 빌딩 숲을 서늘하게 가로질렀다. 화려한 조명 아래 숨죽인 투자자들의 시선이, 날이 선 중동의 그림자에 가로막혔다. 6월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공습 상호 작전이 불러온 불확실성에 속절없이 흔들렸다. 장장 769.83포인트, 1.79%라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의 하락은 전쟁이 멀리서도 시장의 맥박을 쥐락펴락하는 무게를 증명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 역시 각각 1.13%, 1.30% 포인트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상실감을 드러냈다.

 

중동의 모래먼지와 함께 부유한 것은 두려움이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등 전략 요충지를 공습하고, 이란 역시 보복 미사일로 응수하면서 글로벌 자본의 흐름조차 응고됐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세계 원유의 숨통에서 불거질 공급 차질 가능성에 신경이 곤두섰다. 그 결과, 엑손모빌, 다이아몬드백에너지 등 에너지주가 각각 2.18%, 3.74%로 힘차게 치솟았고, 록히드마틴 3.66%, RTX 3.34% 등 방위산업군 역시 전운(戰雲)과 함께 동반 강세를 이뤘다. 반면, 매서운 유가 인상과 하늘길 수요 부진의 그림자는 델타항공 -3.76%, 유나이티드항공 -4.43% 하락으로 이어졌다. 

뉴욕증시 다우 1.8% 급락…이스라엘-이란 충돌 고조에 투자심리 급냉
뉴욕증시 다우 1.8% 급락…이스라엘-이란 충돌 고조에 투자심리 급냉

기술주 역시 대체로 한숨 속에 머물렀으나, 오라클은 1분기 실적 호조에 7.69% 상승하며 유독 빛났다. 그럼에도 미시건대의 6월 소비자심리지수는 60.5까지 반등했으나, 벼랑 끝 심리 방어막은 중동 전운 앞에 얇고, 무력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20선을 돌파(20.82)하며 밀려오는 불안감을 숫자로 증명했다.

 

불안은 증시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원유시장, 귀금속시장까지 급격하게 밀려들었다. 브렌트유와 WTI가 각각 7%대의 급등세를 기록하며 배럴당 74.23달러, 72.98달러로 치솟았고, 금 선물 가격도 온스당 3,457달러로 1.6% 올랐다. 금값은 3,500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의 엘리아스 하다드 수석 시장전략가는 군사 충돌이 확산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극단적 상황이 펼쳐질 시, 전 세계 금융시장이 거대한 충격에 휩싸일 수 있음을 경고했다.

 

지정학적 불안은 단순한 공포를 넘어 섬세하게 얽힌 무역 사슬, 안보 전략, 원자재 시장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고 있다. 시장은 중동의 긴장이 풀릴 기미를 잠시도 놓치지 못한 채 불확실성의 미로 속을 걸어가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다시 한 번 ‘전쟁’이라는 두 글자가 가져오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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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이스라엘#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