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시간 PK로 무산”…팔레스타인, 오만전 판정 논란→FIFA·AFC 공식 항의
침묵과 탄식이 뒤섞인 그라운드 한복판에서 팔레스타인 선수들의 눈빛은 허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120분 가까운 혈투 끝, 단 한 번의 휘슬에 월드컵 본선 도전의 꿈이 아스라이 멀어졌다. 홈이 아닌 제3국에서의 싸움, 거듭된 역경 속에서도 조국의 이름을 걸고 뛰었던 발걸음엔 슬픔과 아쉬움, 자부심이 뒤섞여 있었다.
2026 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C조 최종전에서 팔레스타인과 오만이 요르단 암만의 킹 압둘라 Ⅱ 스타디움에서 맞붙었다. 팔레스타인은 후반 4분 주도권을 잡는 선제골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어 후반 28분 오만 선수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까지 더해지자, 현장의 팬들은 전례 없는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뜨겁던 응원의 흐름은 후반 추가시간이 찾아오자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오만의 이삼 알 사브히가 휘슬과 함께 얻은 페널티킥을 골로 연결했고, 그 결정적 장면의 판정 배경에는 무흐센 알가사니와 팔레스타인 수비수 아흐마드 타하의 치열한 몸싸움이 있었다. 판정을 내린 이란 주심의 손끝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팔레스타인은 조별리그 5위(승점 10)에 머물렀고, 오만(승점 11)은 간신히 4차 예선행을 확정지었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의 전쟁 탓에 홈경기조차 제3국에서 치러야 했던 악재와 만만치 않았던 조 편성까지, 여러 난관을 견디며 싸운 끝에 아쉽게 탈락을 받아들여야 했다. 벤치에 앉은 선수들의 표정엔 좌절과 허탈함이 번졌다.
이후 팔레스타인축구협회는 “페널티킥 판정이 기술적으로나 기준상 정당하지 않았다”며 판정의 불공정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공식 항의서를 제출하며, 공정성을 위한 판정 재검토와 조사를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축구 팬들도 SNS를 통해 “역사상 가장 가혹한 순간”, “공정한 기회도 잃었다”는 격앙된 의견을 쏟았다. 경기장을 떠나지 못한 관중 상당수는 누적된 감정에 끝내 눈물을 삼켰다.
팔레스타인의 월드컵 본선 진출 여정은 추가시간 한순간 경합과 판정에 막혔지만, 이들의 헌신과 저항은 국제 무대에 적지 않은 반향을 남겼다. 공식 항의가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정의와 공정의 메시지가 축구계에 어떤 여운을 남길지 주목된다. 팔레스타인 국가대표팀은 앞날을 기약하며, 친선경기와 아시아 대회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슬픔과 위로가 교차한 현장 한가운데, 축구라는 이름 아래 빚어진 희로애락이 또 한 번 질문을 던진다. 같은 하늘 아래 이어지는 도전의 시간을, 팬들은 조용지만 단단하게 응원하고 있다. 2026 월드컵의 의미를 새긴 이 순간의 기록은 시간 속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