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의약품 경쟁 본격화”…국내외 제약사 신시장 선점 시동
방사성의약품 기술이 글로벌 제약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점을 맞고 있다. 암과 알츠하이머병 등 만성 질환 유병률 증가, 맞춤형 의료기술 확산과 더불어 바이오·제약 업계의 ‘방사성의약품’ 경쟁에 불이 붙었다. 고령화와 질병 부담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는 가운데 진단·치료에 혁신을 줄 수 있는 신규 시장으로 각광받으면서 산업계의 전략적 투자와 연구 개발이 급가속 중이다. 업계는 노바티스, SK바이오팜 등 국내외 리딩 기업의 선점 경쟁이 ‘바이오 혁신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방사성의약품은 기존 저분자, 펩타이드, 항체 의약품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시킨 첨단 바이오 치료제·진단제로, 암 표적 치료 및 환자 맞춤형 관리 영역에서 기술적 파급력이 크다. 2023년 기준 글로벌 시장은 67억4000만 달러(약 9조6390억원) 규모에서 2034년 144억4000만 달러(약 20조6680억원)까지 연평균 7.5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전략적 인수·합병 사례만 86건에 달하며, 다수 거래가 임상 2상 이하 전임상 자산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특히 노바티스, 일라이릴리, 바이엘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방사성의약품 파이프라인 확대를 위해 공격적 M&A와 기술 라이선스에 나서면서 시장 진입 장벽도 높아지는 추세다.

기술적으로 방사성의약품은 진단용, 치료용, 진단·치료 동시(테라노스틱스) 세분 시장으로 구성된다. 진단용이 전체 거래의 약 43%를 차지하지만,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겨냥하는 테라노스틱스도 비중이 32%로 급성장했다. 노바티스의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는 2022년 FDA 승인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3600억원(첫 해)에서 1조3000억원(2023년)으로 급상승, 2028년에는 5조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 치료제는 PSMA(전립선특이항원) 표적 방사성 동위원소 결합 원리로 기존 항암제 대비 암 조직 특이성이 높고 부작용 부담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업계는 방사성동위원소 수급, R&D 역량, 라이선스 인수 등이 방사성의약품 경쟁력의 핵심으로 본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고형암 치료 후보물질 ‘SKL35501’을 도입 후 올해 말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독자 파이프라인과 자체 생산망 확보를 추진한다. 퓨쳐켐, 듀켐바이오 등 국내 바이오기업도 진단용에서 치료제로 영역 확장을 시도 중이며, 퓨쳐켐의 전립선암 치료제 ‘FC705’는 미국 임상 2상, 국내 3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 기타 셀비온, 압타머사이언스 등도 새로운 방사성의약품 개발에 나서는 등 시장 진출 움직임이 빨라졌다.
반면 방사성 동위원소 제조 및 유통, 안전성 평가, 특수 규제 등 글로벌 기준과 국내 제도 간 간극은 진입 장애로 지적된다. 미국 FDA는 엄격한 임상 및 품질 기준을 제시하며, 유럽 EMA, 일본 후생성 역시 방사성의약품 승인을 위해 별도 트랙을 운영한다. 업계에서는 동위원소 공급망 확보, 특수 목적 임상 설계, 공급·폐기 전 주기 안전 관리 체계가 상업화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방사성의약품 기술 상용화가 본격화할 경우 국내 바이오 산업의 글로벌화, 치료제 다양화, 환자 맞춤 의료 확대 등 다층적 변화를 이끌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산업계는 새로운 경쟁 구도 속에서 방사성의약품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