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중지법 하루 만에 철회”…더불어민주당 내 소통 부재 논란 격화
정치적 충돌의 새 국면이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일명 ‘재판중지법’을 둘러싼 정책 번복과 당내 혼선이 공개되면서 정당과 대통령실, 여권 내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법안 처리를 두고 집권 여당이 하루 만에 입장을 선회한 정국이 이어지자 정치권 파장이 만만치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11월 4일 대통령실의 강한 우려 표명 이후,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중지시키는 재판중지법 논의를 전격 철회했다. 이로써 전날 법안 추진에서 하루 만에 돌연 입장을 바꾼 여당 지도부에는 당혹감이 역력했고, 향후 리더십 논란도 불가피해졌다. 특히 이 법안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적용될 수 있는 예민한 주제라는 점에서 당·정·대 간 사전 소통 부족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날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내(지도부)에서는 사실 재판중지법을 언제 통과시킬지, 추진할지 논의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는 지도부 차원에서 논의됐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번 주는 사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성과를 홍보하는 게 당의 기조였다”고 설명했다. 당의 공식 입장과 엇박자 메시지가 노출될 것을 우려해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신속히 법안 추진 철회 논평을 냈다는 배경도 덧붙였다.
한편 당내 친명계인 문진석 수석부대표는 “당에서 이 문제로 불필요한 논의가 되는 것 자체를 두고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청래 대표를 향한 경고성 메시지라기보다는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으로 끌어들이지 말라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선 ‘국면마다 경중이 있다’는 신중론과 ‘지도부 소통 미흡’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강하게 들린다. 한 초선 의원은 “재판 속개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면 그때 가서 입법하면 되는데 굳이 왜 지금 시점에 재판중지법 추진을 시도했는지 의문”이라고 했고, “당 대표나 지도부 입장에서는 체면을 많이 구겼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또 다른 의원은 “이런 중요한 사안은 여당과 대통령실이 긴밀히 상의해야 한다”며, 앞으로 지도부 리더십에 대한 논란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달리 당 지도부 내에는 어느 정도 ‘정치적 방어’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의원은 “국민의힘이 재판 재개를 계속 압박하는 상황에서 법안 추진을 검토하는 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법사위 소속 박균택 의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속 물고 늘어진다면 저는 재판중지법을 통과시키자고 또 주장할 생각”이라고 말해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뒀다.
여야가 재판중지법을 둘러싸고 강대강 구도로 대치하는 가운데, 여당 내부의 메시지 혼선과 정책 추진 원칙에 대한 재정립 요구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사안을 두고 여야 간 격돌이 이어지는 한편, 재판중지법 추가 논의 여부와 지도부 리더십 재정비 등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