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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바다의 파동”…일본 연안에 남겨진 쓰나미 경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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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바다의 파동”…일본 연안에 남겨진 쓰나미 경계심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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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오지 않을 것처럼 길게 느껴진 밤. 최근 일본 태평양 연안 곳곳에서는 바다 소리가 유난히 낯설게 들렸다. 러시아 캄차카 반도 강진으로 한껏 고조된 경계심이 일본 국민의 일상에 오래 남았다. “요즘은 평범하게 바다를 바라보기가 조심스러워요.” 쓰나미 주의보가 내려진 해변 근처에 사는 주민 유코 씨는 그렇게 자신의 밤을 표현했다.  

 

실제로 캄차카 강진 포착 직후, 일본 기상청은 홋카이도부터 와카야마현까지 태평양 연안 전역에 즉각 쓰나미 경보를 내렸다. 그만큼 해안과 닿아 있는 모든 생활에 경계의 무게가 더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보는 ‘주의보’로 한 단계 낮아졌지만, 이바라키현과 와카야마현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새벽 사이에까지 오아라이항, 미야자키항 등에서는 60~70㎝의 쓰나미가 계속 관찰됐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이와테현 구지항에선 1.3m의 쓰나미가 직접 포착됐다. 일본 기상청은 "현재 상황에선 주의보 해제가 어렵다"며 해변 접근을 중단하라고 당부했다. 밤 해변을 지나가던 이들은 “평소라면 아이와 산책했을 곳인데, 오늘은 발걸음을 돌렸다”며 조용한 긴장감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감정의 파도를 ‘재난과 공존하는 일상’이라고 표현한다. 재해가 잦은 일본에서 긴장과 완화, 일상의 회복이 반복되는 건 그저 물리적 경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라이프스타일 연구자들은 “자연 재해에 대한 두려움은 공동체의 결속과 조심성을 키우는 동시에, 자신을 지키려는 일상의 작고 사소한 습관까지 바꾼다”고 짚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젠 전화벨만 울려도 심장이 뛴다”, “예전처럼 바다는 마냥 평화로운 곳이 아니라는 걸 새삼 실감한다”는 표현이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방파제 주변이 조용히 비워지고, 아이들은 거실 창문 넘어로 먼 바다를 바라볼 뿐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쓰나미 주의보가 그냥 ‘알림’이 아니라 삶을 다시 구성하는 또 다른 언어처럼 다가오는 이유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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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상청#캄차카강진#쓰나미주의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