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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 확성기 서로 철거”…이재명 정부 선제 조치에 북한 잇단 화답, 남북관계 신호탄 될까
정치

“대남 확성기 서로 철거”…이재명 정부 선제 조치에 북한 잇단 화답, 남북관계 신호탄 될까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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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두고 이재명 정부와 북한 당국이 맞붙었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에 대해 북한이 잇따라 호응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냉랭하던 남북관계에 변화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화 재개로의 직접 연결은 쉽지 않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북한은 9일부터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기 시작했다. 이는 우리 군이 4일부터 5일에 걸쳐 대남 확성기를 전면 철거한 것에 사실상 화답한 셈이다. 북한은 지난 6월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곧바로 소음방송을 멈춘 선례도 있다. 이처럼 이재명 정부의 선제 조치에 북한이 차례로 대응하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남북한이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을 행동으로 주고받는 내막에도 관심이 쏠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10일 "이재명 정부의 능동적 선제 조치에 북한의 수동적 화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남북 간 '선 대 선' 분위기가 행동 대 행동으로 발전할 가능성"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북한의 조치가 정례 한미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계획이 7일 발표된 직후 이뤄졌다는 점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이 평소 한미연합훈련을 ‘북침 전쟁 연습’으로 규정하고 거세게 반발해왔던 전례 때문이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미군사훈련 일정이 밝혀졌음에도 북한이 긴장 고조가 아닌 확성기 철거로 맞대응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한미가 폭염 등을 이유로 UFS 연습 기간에 예정됐던 20여 건의 야외기동훈련을 9월로 연기한 점 역시 북한의 온건 행보를 자극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우리 군 당국은 공식적으로 폭염을 이유로 들었으나, 전문가들은 한반도 긴장 완화 목적이 컸다고 해석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남북 간 군사적 유화 조치가 당장 대화 재개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미 지난달 28일 "한국과 논의할 사안도, 마주 앉을 일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남북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단언했다.

 

실제 대화 채널 복원이나 실질적 소통 시도에 북한은 여전히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올해 3월과 5월, NLL 이남에서 구조한 북한 주민 6명의 송환을 위해 유엔사 연락망을 수차례 통해 시도했으나, 북한은 응답하지 않았다. 6월 강화군에서 발견된 북한 주민 시신 인도를 요청한 데에도 반응은 없었고, 결국 해당 시신은 무연고자로 장례 치러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사 당국 간 '행동 대 행동'에는 제한적으로 화답하면서도, 기존 '적대적 두 국가' 전략과 대화 단절 기조는 고수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이 국가 대 국가의 외교관계라면 대화에 나설 여지는 있지만, 통일 지향 남북대화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날 남북은 확성기 조치를 두고 협상 신호를 주고받으며 잠정적 긴장 완화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근본적 관계 정상화나 대화 채널 복원까지는 여전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향후 군사적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추가 조치를 모색할 계획이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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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부#북한#대남확성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