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선 이탈·1조 원대 외국인 매도”…코스피, 미 국채 금리 불안에 투자심리 급랭
5월의 공기는 불안한 금융시장과 함께 무겁게 내려앉았다. 미 국채 금리의 가파른 상승이 국내 증시의 숨통을 조이면서, 코스피는 2,600선 아래로 미끄러졌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1.91포인트, 1.22% 하락한 2,593.67에 장을 마감했다. 출발부터 흔들렸던 지수는 장중 2,580선까지 몰리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시장 하락의 중심에는 외국인과 기관의 거침없는 매도세가 있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4,859억 원, 기관이 4,318억 원을 순매도하며, 그 무게만큼 거래장을 짓눌렀다. 외려 개인 투자자만이 9,451억 원 규모의 순매수로 이탈 자금에 맞서려 했지만, 약세 흐름의 대세는 꺾기 어려웠다.
![[표]투자자별 매매동향](https://cdn.presscon.ai/prod/129/images/resize/800/20250522/1747900145017_714668836.webp)
지수의 하락은 현·선물 시장에서 더 뚜렷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도 5,239억 원어치 매도해 추가 하락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시경제 불안에 대한 대응으로, 투자 주체들은 수익 실현 이상의 리스크 회피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시장 주변부를 넘어서 핵심 낙폭의 진원지가 돼버렸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에서 1,746억 원, 현대차에서 772억 원을 집중적으로 매도했다. 기관 역시 삼성전자(1,138억 원), 현대차(382억 원)에 매도세를 실었고, SK하이닉스, 한화솔루션 등 대형주의 하락을 심화시켰다. 이는 대형 수출주의 실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에 드리운 먹구름이 약세를 자극한 결과로, 투자심리는 쉬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HD현대일렉트릭 등 일부 종목에 외국인이 선별적으로 매수에 나서며 방어주 성격이 부각됐지만, 이는 리스크 관리 차원의 제한적 움직임이었다. 반대로 일부 기관 투자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한국전력, 삼성물산 등 방어적 종목에서 매수세를 보여, 업종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하루였다.
환율의 움직임도 이날 시장 정서를 바꿔놓았다. 원·달러 환율은 1,373.0원까지 하락하며 전 거래일보다 5.9원 내린 1,381.3원에 거래를 마쳤다. 수출 기업에겐 부담이었지만, 대한항공,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 항공주는 오히려 반등하며 수급의 숨구멍이 됐다. 경제의 무수한 변수 앞에서, 환율은 늘 양날의 검과 같다.
업종별로 보면, 경기 민감 업종의 약세가 도드라졌다. 기계·장비, 보험, 운송장비, 건설 섹터가 1.5~2.7% 하락한 반면, 섬유·의류와 전기·가스 등은 소폭의 방어를 보였다. 바이오 업종은 대형주 인적분할 발표에도 불구하고 기대가 실망으로 돌아서며 하락 마감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또다시 사상 최저가를 새로 썼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하락 흡입력이 확연했다. 코스닥은 5.95포인트, 0.82% 떨어져 717.67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 대금 또한 코스피 8조 6,459억 원, 코스닥 5조 8,022억 원,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3조 8,042억 원에 달하며 변동성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불거지면서, 진단키트와 치료제 관련주들은 상한가를 치며 시장 내에서 이질적인 온기를 남겼다.
오늘의 증시는 미 국채 금리와 글로벌 경제 지정학적 불안이 촘촘한 그물망처럼 한국 증시에 투영된 하루였다. 방어주와 일부 테마주의 차별적 선전이 돋보였으나, 대다수 투자자와 기업에겐 향후 방향성을 가늠하기 힘든 조정 국면의 한가운데다.
변동성 확대와 외국인·기관의 보수적 전략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방어성 업종과 저평가 종목 등 차별적 기회를 모색하는 신중함, 그리고 단기·중기 변동성 관리에 대한 더 단단한 전략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내일, 그리고 다음 주 발표될 글로벌 경제 지표와 국내 주요 기업 실적, 정책 변화의 흐름 속에서, 시장의 빛과 그늘을 함께 응시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