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K 저해제로 고형암 공략”…LG화학, 병용 신약 개발 승부수
PERK 신호전달 저해제 기반의 신약 개발이 신장암 등 고형암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LG화학은 미국 바이오텍 하이버-셀로부터 신장암 치료를 위한 혁신 신약물질 ‘HC-5404’의 글로벌 독점 개발 옵션을 확보하며 항암 바이오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업계는 이번 계약이 LG화학 항암 포트폴리오 확장 및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의 본격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5일, 미국 계열사 아베오를 통해 하이버-셀과 ‘HC-5404’의 임상 1b상 직접 수행과 2상 단계 글로벌 독점 실시권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HC-5404는 암세포의 주요 생존 경로 중 하나인 PERK(단백질 키나아제 RNA 유사 효소) 경로를 저해하는 혁신 계열(first-in-class) 신약 후보로, 혈관 신생 억제제의 작용을 강화·연장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갖췄다. 이는 기존 혈관 신생 억제단일요법의 재발·내성 한계를 넘어서는 병용 치료 전략으로, 신장암 및 고형암의 치료 범위 확대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HC-5404는 전임상(동물모델) 시험에서 신장암, 위암 등 다양한 고형암 분야에서 강력한 항종양 효과를 입증했다. 혈관 신생 억제제와 병용 시, 기존 단일 투여 대비 더욱 우수한 종양 억제 및 성장 지연이 관찰됐다. 성공적으로 임상개발이 진행될 경우, 미국 내 연간 10조원 규모로 평가되는 신장암 치료제 시장에서 새로운 치료대안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
하이버-셀은 암의 재발과 전이를 막는 차세대 항암기술을 개발 중인 미국 바이오벤처다. 이번 계약은 LG화학이 비공개 계약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임상·상업화·판매 단계별 성과에 따라 마일스톤과 로열티를 지급하는 구조다. 실제 임상 2상 진입 시, LG화학은 HC-5404의 글로벌 권리를 전면 확보할 결정권을 갖게 돼 향후 항암 신약 라인업 강화가 기대된다.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는 이미 합성 신약을 중심으로 신융합 치료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유럽 주요 제약사들이 PERK 저해제와 혈관 신생 억제제 등 혁신 계열 병용 연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LG화학의 전략적 진출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에서도 적극적 모델로 관심을 모은다.
항암 신약 개발의 상업화 전환을 둘러싼 규제 역시 중요한 변수다. 미국 FDA 등 주요 규제기관에서는 혁신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신속·우대심사제도를 통해 글로벌 임상 성과 검증의 문턱이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LG화학의 HC-5404 병용 요법도 임상 1b~2상에서 효능 및 안전성 입증이 뒷받침될 경우, 실제 치료 현장 진입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글로벌 암 환자의 생존기간과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치료제로 항암 바이오 R&D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기술 도입과 임상 진전이 향후 항암제 시장 내 국내 기업 경쟁력 강화의 이정표가 될지, 신약 개발의 후속 진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