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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신약, 경구제로 도전”…SK케미칼-아리바이오 글로벌 임상 가속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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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구형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이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전략 지형을 바꾸고 있다. SK케미칼과 아리바이오가 손잡고 먹는 치매 치료제 AR1001(미로데나필 성분)의 개발 확대와 해외 진출에 나선 것이다. 양사는 업무협약을 맺고, 치매 치료제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기 위한 협력을 본격화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업계는 이번 협력이 국산 신약의 글로벌 시장 영향력 확대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번에 협력 대상으로 선정된 AR1001은 SK케미칼이 개발한 미로데나필을 기반으로 한 경구용(PO, peroral)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물질이다. 아리바이오는 2011년 SK케미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이후 임상개발을 이어왔다. 특히 현재 미국, 영국 등 13개 국가에서 대규모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통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 중이다. 임상 3상은 대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유효성과 부작용 등을 검증하는 신약개발 최종 단계로, 상용화 전 마지막 허들로 꼽힌다.

AR1001의 차별점은 ‘경구제(먹는 약)’라는 점이다. 기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중에는 주사제 형태가 많고 증상 개선 효과에 한계가 있었다. AR1001은 뇌세포 신호 전달 개선, 신경세포 보호 등 다양한 기전을 복합적으로 겨냥해, 증상 억제뿐 아니라 질환 진행 자체를 늦추는 전략이 적용됐다. 미로데나필은 유전적으로 변형된 단백질의 전달 체계를 개선하는 작용(TGF-β 신호전달 경로 조절)으로 알려졌으며, 기존 약물 대비 복용 간편성과 환자 순응도가 높다는 평가다.

 

SK케미칼과 아리바이오는 이번 협약으로 미로데나필의 차세대 제형 개발, 임상 및 상업화 협력, 향후 수출 전략까지 협업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이번 논의는 AR1001의 임상 3상 데이터와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양사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진됐다. 특히 신약 재창출(drug repositioning), 즉 기존 물질을 새로운 질환에 적용하는 전략에서 국산 신약의 글로벌 시장 안착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전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은 미국 엘라이 릴리, 일본 에자이 같은 글로벌 제약사가 신약 경쟁을 주도한다. 하지만, 실제 치료 환경에서는 복용의 편의성과 지속적 치료가 관건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경구용 신약이 상용화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도 실질적 치료전략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내다본다.

 

규제 측면에서는 AR1001이 글로벌 임상 3상 단계까지 진입함으로써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당국의 품목 허가 여부가 최대 관건이 되고 있다. 임상 성공 뒤 현지 허가, 보호 데이터 요건 등 다양한 진입장벽을 넘어야 하므로, 양사간 협업이 반드시 요구된다. 한국 식약처의 신약 심사 동향, 해외 데이터 연동 인허가 등 제도 개선 이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SK케미칼과 아리바이오의 주요 경영진은 “경구용 알츠하이머 치료제 상용화가 가시권에 들어선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 창출을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계는 이번 경구제 신약 기술이 알츠하이머병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며, 국산 신약의 새로운 글로벌 진출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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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아리바이오#ar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