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26명·연합부 도입”…더불어민주당, 대대적 사법개혁안 내놓자 ‘옥상옥’ 논란 격화
대법관 수 대폭 증원과 연합부 신설을 골자로 한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사법개혁안이 공개되며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충돌이 고조되고 있다. 대법관 14명을 26명까지 늘리고, 전원합의체와는 별도로 2개 연합부를 두겠다는 구상에 법조계 안팎에선 ‘옥상옥’ 구조, 판결 불일치 등 혼란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함께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20일 대법관 증원과 연합부 도입을 포함하는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번 안은 현행 14명(대법원장 포함)인 대법관을 법 공포 1년 후부터 3년간 4명씩 총 12명을 증원해 26명 체제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소부와 합의체, 연합부 운영 구조도 전면 재편될 예정이다. 소부(4인)는 3개에서 6개로 늘리고, 사실상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외에, 기존 전합과 비슷한 규모의 연합부 2곳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이다.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은 전 대법관이 논의하는 ‘진정한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겠다고도 했다.

백혜련 사개특위 위원장은 “사실상 모든 대법관이 함께 논의하고 판단하는 구조로 판결의 일관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두 개 전합 체제로 상고 사건의 신속성도 기하겠다”고 밝히며, 판결 효율성·적체 해소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구상에 대해 구체적 운영안과 기준은 제시되지 않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연합부와 2연합부의 구분, 대법원장의 역할, 연합부 간 배당 원칙 등 핵심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프랑스와 독일의 대재판부·연합부 구조를 참조했다는 점도 밝혔지만, 해당 국가들에서도 극히 제한적으로만 운영된다는 점에서 도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프랑스 파기원 연합부의 연간 심리 건수는 5건이 채 되지 않고, 독일 연방일반법원의 대재판부 역시 10년간 민사 1건, 형사 7건에 그쳤다. 이에 비해 한국 상고심 판결 규모와 체계적 차이로 인해 부작용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연합부가 2개 전합처럼 운영된다면, 연합부 간 판결이 다를 경우 처리 방식부터 제도의 실효성까지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소부와 연합부 배당의 원칙은커녕, 민사·형사라도 기능별로 나누지 않고 숫자만 늘리는 것은 난센스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연합부와 전합 기준이 모호할 경우 옥상옥이 될 수밖에 없다. 소부에서 연합부, 다시 전합으로 가는 추가 심사구조가 생기는 결과”라고 우려했다.
반면, 실질적 재판청구권 보장과 상고심 적체 해소 차원에서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노희범 변호사는 “대법관 숫자 확대의 방향성이 중요하며, 세부 운영방식은 차차 논의·보완해도 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법개혁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법관 증원이 사법 신뢰 회복과 국민 편익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하는 반면, 야권과 일각에서는 ‘졸속 도입이 판결 불일치와 사법 불신까지 야기할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국회는 이날 사법개혁안을 두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과 논쟁이 이어졌다. 향후 상임위원회 심사와 법사위 검토 과정을 거치는 동안 대법관 증원과 연합부 도입을 둘러싼 법조계·정치권의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